챗GPT, 모욕감을 준 기계제1465호 현재 챗지피티(ChatGPT)의 성능은 약간 과장됐다. 기계 생성 문장만으로 고품질의 논문이나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장에 담긴 정보가 고만고만한 것을 조합한 정도에 머무르고, 생성 인공지능(AI) 특유의 중언부언하는 특성 때문에 본인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문서에 사용하기엔 쉽지...
먼저 산 사람의 말은 단단하다제1465호 한 사람의 일생을 적은 전기(傳記)를 즐겨 읽는다. 먼저 산 사람의 삶은 큰 가르침이 된다. 사랑하는 시인들의 연보를 외며 내 나이와 견줘보곤 했다. 이른 나이에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 훌쩍 떠난 천재들을 시샘했다.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함께 문학을 하던 친구 가운데 한두 명은 우스갯소리로 서른 ...
‘풍자 전성시대’에 흐르는 침묵…‘표백된 존재’만 사랑해?제1465호 트랜스젠더 여성인 방송인 풍자는 지금 웹예능과 지상파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기본 100만 조회수는 거뜬히 뽑는 ‘방송계 만능키’다. 이 정도 인기와 영향력이면 이미 풍자라는 예명을 두고 쉽게 떠올릴 만한, ‘풍자 전성시대’라는 헤드라인으로 뽑힌 인터뷰나 칼럼이 앞다퉈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풍자의 목소리가 우리...
만드는 데 10분, 자랑하는 데 100분 ‘쇼츠 제작기’제1464호 ‘글쎄요….’ 회사 내에서 “<한겨레21>은 왜 유튜브·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느냐”고 묻을 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줄 압니다. 모르는 척 “<21> 콘텐츠가 더 많이 읽히도록 하고 싶어서요”라고 둘러댑니다. 그래도 <21> ...
서점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제1464호 도시마다 공기와 햇살이 달라서일까. 도시의 냄새가 달랐다. 기차역에 내리면 먼저 크게 숨을 쉬고 도시의 냄새를 맡았다.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도시를 꼽아보라면 영국 남부의 바스(Bath)를 첫손으로 꼽고 싶다. 바스라는 지명에서 목욕이란 말의 기원이 나왔을 만큼 로마시대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다. ...
‘반공’서 ‘약자’의 대변자로 변한 어느 보수정당…독일 기민련제1464호 1968년, 독일 뮌스터대학 유학생이던 김종인은 당시 극에 달한 학생운동을 목도한다. 독일에서도 하루 100만 명이 시위에 나서던 그때, 그가 주목한 건 혁명의 변혁성이 아닌 체제 안정성이었다. 프랑스에선 파리가 마비되고 급기야 샤를 드골 대통령이 물러났는데, 어째서 독일은 그런 난리를 겪고도 사회...
다르덴 형제의 반쪽 리얼리즘, 영화 ‘토리와 로키타’제1464호 *이 글에는 영화 <소년 아메드>와 <토리와 로키타>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과 뤼크 다르덴의 영화는 제도 바깥으로 내몰린 미성년자의 거친 현실을 주요 화두로 삼는다. 밀입국 브로커를 아버지로 둔 소년(<프로메제>...
첫 책 쓴 남편에게…‘아무 일 안 생겨’ 예방주사 놓았다제1463호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 토머스 울프는 <무명작가의 첫 책>에서 첫 책 출간 뒤 혼란스러울 만큼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상태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표현했다. 내가 지켜본 많은 첫 책 작가도 그랬다. 책이 출간됐다는 순전한 ‘기쁨’, ‘설렘’, ‘보람’, 다 끝났...
나물 파티 벌이며…그래도 이웃 덕에 먹고 산다제1463호 지난 가을, 길 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이 짜게 식어버렸다. 마침 가을걷이가 끝난 시점이라 겨울을 나는 동안 진부에 걸음한 건 두 번쯤인가 그랬다. 확 땅을 팔아버릴까 싶기도 하고, 봄이 와도 농사 생각에 마음이 부풀지 않았다. 게다가 뒤늦게 벤 옥수숫대 때문에…
조건없이 예술을 선물할 수 있다면…루시아의 추천 유투브제1463호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류를 구원한 네오는 시스템의 결함으로 탄생했다. 마지막 장면에 시스템 설계자는 1%의 의도된 결함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실제로 세상엔 오류를 통해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때가 있다. 내가 일하는 테크 쪽에서는 새로운 기술은 이전 기술을 분열시키면서 등장한다. 아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