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호 작가 겸 감독이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영화 <은하해방전선>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1. 함께 쓰기-크리에이터 송편
삐뚤빼뚤해도 맛깔나는 영리함

윤성호 감독이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2. 아이러니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스틸컷, 웨이브 제공
비틀어서 공감하는 재미
3. 혐오와 거리두기

영화 <도약선생> 스틸컷, 영화사 조제 제공
긍정하진 않으나 인정할 수 있는

윤성호 감독이 여러 메모를 저장하고 분류해둔 ‘구글 독스’ 갈무리 화면. 윤성호 제공
윤성호의 영감 ‘Funny’ 주로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는다. “사방에서 다 영감을 얻어요.” 보고 들은 건 메모로 남긴다. 구글 드라이브를 적극 활용하는데, 메모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분류한다. “다종다기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습벽처럼 정리해두는 메모 폴더들 때문인 것 같아요.” 그의 메모 목록을 슬쩍 들여다보면 작품별로 회의록과 리서치 자료가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이런 자료는 함께 작업하는 이들과 공유해둔다. 평소 얻은 영감을 쌓아두는 일종의 ‘곳간’도 있다. 이 곳간은 “서랍으로 다 구분해놓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서랍에는 ‘Funny’(재밌는)란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는데 ‘Funny Character’ ‘Funny Idea’ ‘Funny Item’ ‘Funny Scene’ 이런 식으로 분류가 꽤 세심하다. 심지어 아무런 내용이 없어도 재밌는 제목 아이디어만 적은 폴더 ‘Funny Title’도 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어떤 타래를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뭐가 생각날 때마다, 아무 뜬금없는 얘기라도 써놔요. 오늘도 (인터뷰하면서) 몇 가지 뜬금없는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면 집에 가는 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한 번 정리해서 쓴 다음 폴더에다가 분류해놓는 거죠. 예를 들어 ‘이거는 어쩌면 <이상청> 시즌2에 써먹을 수 있겠다’ ‘이 말은 지금 쓰는 <제4차사랑혁명>(가제)에 써먹을 수 있겠다’ 판단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폴더에 넣어놓는 거죠. 길가의 돌멩이도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정리해두는 그런 강박이 좀 생겼달까요.”(웃음)처음부터 이렇게 꼼꼼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놓은 건 아니다. “30대 중반까지는 전혀 정리를 안 하고 그때그때 충동적으로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지다보니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또 이렇게 분류하지 않고 메모장 하나에 모든 걸 다 넣어서 200페이지를 넘어간 적도 있었어요. 근데 모아두기만 하니 그냥 ‘쓰레기장’이더라고요. 쓰레기장을 정리한 뒤에야 이게 굉장한 ‘곳간’이다 싶었죠.”

윤성호는 ‘감독’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그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 대부분을 따로 또 함께 쓴 작가다.
에필로그
작품목록

한겨레21 1454호 표지. 서점에서 판매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