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해달, 인생을 말하다제1230호곰돌이 푸와 해달 보노보노,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눈이 점이다. 표정이 거의 없다. 느리다. 푸가 꿀을 먹을 때만 빼고. ‘정상’ 가족은 없고 친구는 있다. 푸는 독거, 보노보노는 엄마가 없다. 둘의 친구들 사정도 비슷하다. 푸나 보노보노나 별 시시한 걸 다 재밌어한다. 이들이 사는 ...
남의 집에서 취향을 공유합니다제1229호 ‘남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9월1일 토요일 오후 5시,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채자영씨 집에서 ‘남의 집 슬램덩크’ 모임이 열렸다. ‘남의 집 슬램덩크’는 집 거실에서 주인장의 취향을 공유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60번째 모임이다. 그동안 ‘남의 집 영화관’ ‘남의 집 비스트로’ ‘남의 집 코워...
임신 스트레스 말하면 안 되나요?제1228호 “임신은 기쁘기도 하지만 엄청 스트레스이기도 해요.” 네이버 웹툰 <아기 낳는 만화>의 주인공 쇼쇼는 임신을 한 뒤 몸과 마음이 힘들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하고 계속 구역질이 났다. 불안증으로 2개월간 밤낮으로 울었다. 그제야 자신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
아픔을 품는 ‘연민의 방’ 제1227호 떨치지 못한 미련처럼 어젯밤 나는 에어컨을 끄지 못했다. 새벽에 눈을 떠서 창밖 너머 바람 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다행히도 나의 잠은 얇고 가늘어서 쉽게 찢어졌고 무심히 찾아온 손님 같은 밤바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꿈으로 꾸는, 숨겨진 방을 찾는 모험은 나이 들어...
더 깊어진 드라마와 함께제1225호 흥행 공식이란 게 있을까. 공식이 있다면 망하려 애쓰지 않는 한 실패는 없어야 하는데 현실이 어디 그런가. 관객 1440만여 명을 불러모아 <명량>에 이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린 <신과함께-죄와 벌>도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업계 사람...
나의 방을 열고 당신의 집으로제1224호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꿈이다. 돌아가는 집은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알고 보면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 비밀 통로가 있고 그 통로를 따라가면 이전 꿈에 등장했던 바로 그 집이 나온다. 조금씩 구조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장식이 달라져 있기도 하지만 나는 그곳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음악가 제1223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잘 지내시죠?” 전화기 너머로 이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로 몇 년 만의 통화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언젠가부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제가 책을 하나 냈거든요.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예전에 그가 쓴 팬덤 문화에 관한 책 &...
‘헬조선’이 낙태를 이용하는 법제1222호 <나도 엄마야>는 ‘대리모’를 소재로 한 아침 드라마다. 어김없이 ‘재벌가’와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그런데 왜 이 두 가지가 아침 드라마의 필수 요소일까.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의 막장적 형태인 세습자본주의에 도달했고, 그 세습의 원리가 재생산에 달렸기 때문이다. ‘헬조선’은 자본...
모성애라는 코르셋제1219호 “엄마가 되면 오직 가족을 위한 기억과 추억 쌓기에 집중하게 돼. 너만의 행복한 기억과 추억은 사라져버려. 모두가 한목소리로 엄마 역할만 이야기할 뿐이지.”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 나오는 대사다. 서영희(채시라)는 혼전 임신한 대학생 정효(조보아)에게 ‘나’를 포기...
소수자의 목소리 밝고 당당하게제1218호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김소연 시인의 ‘그래서’) 이슬람 사원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골목, 서울 이태원 우사단길. 하얀 바탕에 적힌 시구가 가는 이들의 눈길을 잡는다. 그 아래에 있는 간판이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려준다. ‘햇빛서점’.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