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하는 소녀 요리하는 소년제1275호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과 <첨벙!>(미디어창비, 2019)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사진작가 하시시박이 번역한 이 그림책은, 다이빙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 엠마의 이야기다. 엠마는 길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줍는데, 보잘것없는 동전 페니 역시 다이빙 선수가 ...
선녀를 감금한 나무꾼, 너를 징역 5년에 처한다!제1275호‘지금쯤이면 옷이 없어진 걸 알고 큰일 났다며 울고 있겠지? 얼른 가서 내가 데려와야지. 어쩌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할지도 몰라.’ 선녀를 아내로 삼을 생각에 나무꾼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어. 그런데 폭포에 가까워져가는데도 선녀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거야. 인기척 없이 텅 비어 있는 폭포에 당황한 나무꾼이...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제1274호비 오는 ‘불금’이었다. 7월26일 밤 9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진시장 골목길. 차 한 대도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은 그 길에 커피숍, 술집, 세탁소 등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 안쪽 동네책방 ‘헬로인디북스’가 밤을 밝히고 있었다. 보통 때는 문 닫는 시간이지만 이날은 문을 열었...
‘탈코’에 날마다 실패할지라도제1273호“이거 한번 바를래요?” “이게 뭔데요?” “틴트요.” 입술을 빨갛게 물들이는 ‘틴트’의 존재를 처음 알았던 순간이 꽤 또렷이 기억난다. 아마 대학 3학년 때쯤, 방송 제작 현장을 보고 싶어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루 해봤다. 현장엔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또래 여성이 딱 한 명 있었다. 지루한 대기시간을 ...
권력은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제1272호tvN 월화드라마 가 7월1일부터 방영 중이다. 이 드라마는 극단적인 설정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이 국민 지지에서 나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했다. 드라마는 첫 화부터 충격적이다.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과 ...
목말라도 즐거워 불편해도 재밌어제1271호6월 마지막 주가 되면 영국 남서부 지방 워디팜으로 전세계에서 웬만한 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2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난해 출연진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 빠르게 블라인드 티켓을 예매 오픈 1시간 안에 선점한 사람들, 이른바 ‘금손’들이다. 워디팜은 1년 365일 중 단 일주일 동안만 음악...
구관 아가를 들이고야 말았다제1269호딸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갈 무렵부터다. 딸 친구 엄마 몇몇이 ‘구체관절 인형(관절을 둥글게 해 움직임이 자유로운 인형·이하 구관) 괴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도 졸라서 비싼 인형을 사줬더니 더 비싼 인형 물품을 사느라 용돈을 탕진하고, 구관 유튜브에 푹 빠져 산다는 얘기였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엔 ...
무말랭이에서 시작된 ‘봉테일’제1265호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한겨레21>도 호들갑을 떨어보았습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에게 ‘봉준호의 미학’에 대해 글을 부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미술, 음악, 연기까지 모두 챙기는 완벽주의로 ‘봉테일’이라고 불립니다. 스포일러가 ...
여성은 여성이라서 노예계급이 됐다제1262호“낙태가 죄라면 국가가 범인이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온 여성들이 ‘낙태죄 폐지’를 외쳤다. 온라인에서는 임신 중단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1953년에 제정된 낙태죄는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그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참히 짓밟아버렸기 때문이다. ...
어머니를 보내는 또 다른 애도제1261호“신혼 초에 너그 할아버지가 나 보는 앞에서 니네 아버지를 때리더라. 내가 그때부터 너그 최씨네 집안을….” ‘니네 아버지’가 평생 얼마나 미웠는지 줄줄이 쏟아내다가 순서도 없이 폴짝 신혼 시절로 날아가 한 무더기를 푸는 대목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새색시 보는 데서 아버지의 폭력을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