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스타일 국어’가 1타 뜰 거야”제1240호 지난주 어느 날,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간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어머님들~, 이번 수능 국어 어려웠던 것 아시죠? 이 중에서 지금 셤 문제 풀어서 50점 넘는 분 있을까요? 거의 없으실걸요~.” 자존심이 살짝 구겨졌지만, 이른바 ‘불국어’를 풀어낼 엄마가 몇이나 되겠나. 이어지는 ...
엄마의 작은 역사를 씁니다제1239호 <엄마의 시간> <하나도 후회하는 것은 없어> <사는 것이 그리도 고맙다>…. 책방에 있는 탁자에 정갈한 책이 여러 권 놓여 있다. 책을 들추니 빛바랜 사진과 살아온 이야기를 적은 글이 보인다. 평범한 어머니들의 자서전이다. 자서전 출판...
책 냄새 ‘솔솔’ 의뭉스러운 39살 낡은 주택제1238호 “실제로 누나를 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하곤 너무 달라요.” 벨을 누르기 전 건축가 홍승석이 살짝 귀띔했다. 그는공사가 끝나고부터는 집주인 곽현화를 ‘누나’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클릭하는 코미디언 곽현화의 이미지는 핏이 ‘쩌는’ 운동복을 입고 덤벨을 들거나 짱짱한 힙라인을 강조하는 자세를 잡는 모…
여자 헤롯, 여자 햄릿 젠더프리 캐스팅제1237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컴퍼니>(메리앤 엘리엇 연출)는 주인공으로 여성 바비(Bobbie)를 내세웠다. 1970년 초연한 <컴퍼니>는 미국 뉴욕에 사는 35살 인텔리 남성 바비(Bobby)와 그의 다섯 친구 커플을 통해 복잡한 ...
전설의 퀸, 추억을 깨우다제1236호 혈기 넘치는 고등학생 시절, 나는 퀸을 좋아하지 않았다. ‘헤비메탈 키드’였던 나는 거칠고 강렬한 음악만을 좇았고, 말랑하고 팝다운 음악은 괜히 무시하곤 했다. 같은 영국 밴드 중에서 헤비메탈 장르의 탄생에 막대한 기여를 한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은 우상처럼 떠받든 반면, 귀에 꽂히는 멜로디 위주의 음악...
나는 오늘도 타인의 슬픔을 공부한다제1235호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그해 가을, 신형철(42) 문학평론가는 세월호 추모 에세이집 <눈먼 자들의 국가>를 ...
잠시만요, 검은 비닐봉지 사양합니다! 제1234호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지난 4월 ‘쓰레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에 눈뜬 기자가 6일 동안 ‘쓰레기 없이 살기’에 도전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의 지나친 포장 문화와 더불어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 습관을 되돌아봤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무심코 또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
조직논리 이겨먹는 사악한 처세술제1233호 아이돌 그룹 멤버 한 명이 소속사와 갈등 끝에 탈퇴했다는 기사가 났다. 연예기획사가 예술적 감수성 넘치는 성인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니 문제가 생기겠지 싶었는데 친구가 잘라 말한다. “아유, 걔는 처음부터 너무 튀었어! 그런 애들 딱 질색이야!” 참 맹렬하기도 하다. 내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
붉은 깃발을 든 피의 전사들 제1232호 “난 너의 버자이너(질)에서 나왔지만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첫째가 며칠 전 내게 한 말이었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미레나를 끼고 지냈다. 미레나란, 자궁에 끼워놓은 루프에서 호르몬이 흘러나오도록 만든 피임기구로 보통 5년간 쓸 수 있다. 산부인과에 가서 삽입하고 나면 ...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여주마제1231호 “에이에스엠아르(ASMR·조곤조곤 속삭이는 등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 화법이 있다. 이게 뭔가 하면, 아줌마들이 찜질방에 모여 이야기를 한다. ‘영희네 집 10억이나 올랐대.’ 여기에서 ‘10억 올랐대’ 이 부분만 속삭이며 말한다. 이 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하하.”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