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기억제1196호 한베평화재단과 <한겨레21>은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이 학살한 민간인 추모 위령비와 묘지, 학살 현장을 찾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2일까지 베트남 중부 꽝남성 약 20개 마을을 방문했다. ‘1968 꽝남대학살’ 이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현지에서 학살은 여전히 또렷한 기억으로...
늦봄, 문익환제1195호 “자료가 대충 2만5천 점 정도 되는데요, 정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고 늦봄 문익환 목사의 딸 문영금씨가 고인이 남긴 유품을 꼼꼼히 둘러보며 걱정스러워했다. 시인 윤동주의 친구이며 북한 김일성 주석과 통일의 뜻을 나눴던 늦봄 문익환 목사의 유택 ‘통일의 집’이 ‘통일박물관’으로 바뀐다. 20년 ...
빈 의자를 채운 약속제1194호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이하 12·28합의)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2017년 12월2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주변과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한 해 돌아가신 여덟 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
빙판 위에 팔로 서다제1193호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이 3월9일 개막한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12월19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만난 선수들은 의족과 휠체어에서 벗어나 슬레지(Sledge·썰매)에 앉아 서로 몸을 부딪치며 퍽을 날리...
전통시장이 젊어졌어요제1191호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봉황시장은 조선시대 오일장에서 시작된 경북에서 가장 큰 장이다. 이 전통시장은 상생을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의 요청으로 구미시가 15억원의 국·도비를 지원받아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시는 이 돈으로 24년간 버려졌던 전통시장 내 2층의 빈 가게를 ...
자, 이제 조명을 끌 시간입니다제1190호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내려놓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과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관객은 암흑 속 공연을 즐긴다. 시각장애인이 함께 참여한 뮤지컬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11월28일 낮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기숙사 가온홀에서 공연됐다. 눈을 ...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제1189호그의 이름은 딜란타.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다. 2010년 3월6일 일요일 새벽 3시, 대구에 있는 염색공장 기숙사. 한 평이 채 안 되는 딜란타의 숙소에 불이 났다. 그는 얼굴, 목, 팔, 손 등 몸의 24%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손가락은 신경을 잃어 여덟 개를 잘라냈다. 그는 미등...
무너지고 찌그러진 일상제1188호 11월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자 전국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14개월 만에 터진 대규모 지진이었다. 기상청이 한반도에서 지진을 측정한 이래 두 번째 큰 규모였다. 지진의 여파로 11월16일 열릴 예정이던...
다시 막힌 광장제1187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다녀갔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 들어선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였다. 10년 전 대추리 농민들과 기지 확장에 맞섰던 늙은 신부는 그 시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나무에 평화를 새기고 있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소멸도시제1186호 1980년대 중반까지 충청남도의 3대 우시장이던 서천군 판교면 현암2리 판교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번성하던 시골 작은 마을에 ‘무려’(!) 영화관까지 들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1984년 우시장이 없어지면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금은 퇴락한 1980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