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증오 희생자의 끝없는 갈증제1115호 <절망이 아닌 선택>(디오도어 루빈 지음, 나무생각 펴냄)엔 휴가 때가 되면 꼭 병이 나거나, 싫은 친구들과 같이 가거나, 발목을 삐거나, 하다못해 기후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가서 휴가를 망치는 여자 환자 이야기가 나온다. 분석 과정에서 이 환자는 자신이 지칠 줄 모르고 ...
아름답기만 한 것은 ‘미’가 아니다제1115호 오늘 산 최신형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하필 거친 아스팔트 위다.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다. 밀려오는 절망과 좌절, 허탈은 떨어뜨려본 사람만 안다. 전화도 잘 걸리고, 문자를 주고받는 데도 문제가 없다. 본디 목적으로 쓰기에 부족한 건 전혀 없어도 분노를 삭이기 어렵다. 움푹 파인 모서리와 흠집 난 액정...
<그런 일> 외 신간 안내제1114호 그런 일 안도현 지음, 삼인 펴냄, 1만3500원 시인이 14년 동안 써온 산문 모음. 그의 문학이 익어온 길, 자작시 해설과 시작 노트, 시로 가는 일주문 ‘은유’란 무엇인지 등이 소복하다. 시인이 통탄하는 나라 꼴. “바야흐로 언어는 거리에 구부러져 뒹굴고, 꽃들은 뒤틀리며 ...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나지 않았다제1114호 과학은 매 시대, 인간에 대한 해석을 경신한다. 한국인 최초의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책 <오래된 연장통>(2010)은 한국 사회에서 또 한 번 그 일을 해냈었다. 선풍이 불었다. 선풍기처럼 시원시원한 문장에 실린 최신 과학이 불어오자 독자들은 환호했다. ...
'1995년 서울, 삼풍' 외 신간 안내제1113호 1995년 서울, 삼풍 서울문화재단 기획,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씀, 동아시아 펴냄, 1만6천원 한국 사회는 기억에 서툴다. 기억수집가 5명이 ‘부실공사’ ‘기적적 생환’ 같은 단편적 문구로만 기억되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현장에 있던 5...
“날아라 민중아! 민주의 벌판을”제1113호 광주와 민주는 같은자리말이다. “광주민중항쟁에 관한 연구는 양적, 질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도 많다. 특히 광주민중항쟁 ‘현장’을 주목하거나 ‘문화’를 다룬 연구는 최근에야 미개척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 ‘항쟁 사후’가 아닌 ‘항쟁 열흘’로 뛰어든 책 <오월...
‘바이러스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제1112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광풍이었다. ‘1번 확진 환자’의 증상이 발현한 게 2015년 5월11일이었다. 꼭 1년 뒤인 올해 5월11일 현재 확진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사망했다. 열에 둘이 숨졌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메르스 환자의 진료·격리에 나섰던 의료기관·약국·상점 등 23...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 외 신간 안내제1111호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권희라·김종대 지음, 리더스북 펴냄, 1만4800원 실내건축 디자이너 부인과 영화 프로듀서 남편의 좌충우돌 흥미진진 집짓기 500일 기록. 수도권 40평대 주택을 버리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18평 집을 짓는 과정을 담았다. 자존적으로 살고 싶어서, ...
천재 정신분석학자의 자아분열제1111호 마수드 칸은 인도 북부(파키스탄) 출신으로 194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면서 정신분석학과 만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안나 프로이트 등 빈학파가 피신해온 영국은 정신분석의 새로운 근거지면서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과 프로이트 학파 등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는 격전지였다. 마수드 칸…
불평등을 변혁하라제1111호 참담은 이렇다. 맛집 리스트를 뒤적이다 책을 펼쳤다. 침침한 눈을 촘촘한 현실이 때렸다. 10살 이하 어린이 한 명이 지금도 5초마다 숨진다. 왜? 굶주림 또는 그로 인한 영양실조 때문에. 2001년에는 7초마다 한 명이었다. 그해 8억 명 넘는 사람들이 만성 영양실조로 불구가 되었다. 오늘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