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제1128호 이소선(1929년 12월9일~2011년 9월3일)이 떠난 지 5년. 그의 삶을 담은 평전의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1990년 그의 회갑을 기념해 펴낸 구술 회상록 <어머니의 길>이 저본이다. 당시 이소선의 말을 글로 담아냈던 민종덕(63) 전 청계피복노조 위원...
<호모 히스토리쿠스> 외 신간 안내제1127호 호모 히스토리쿠스 오항녕 지음, 개마고원 펴냄, 1만4천원 영웅의 일대기나 한 국가의 흥망성쇠만이 역사가 아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부터 술자리 대화까지. 다양한 소재를 사례로 들며 ‘거창한 것’만이 역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분법적이고 목적론적...
안중근이 이승만에게제1127호 8·15 광복절이 ‘셀럽급 국경일’에 오를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광복절 축사에서 ‘위서’(거짓책) <환단고기>를 인용해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라는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키더니, 올해 광복절에는 “건국 68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축사...
정치는 입으로 한다제1127호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다. 그는 글을 잘 쓰는 대통령이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후보 시절) 노 후보 캠프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노 후보는 글에 대한 안목과 인식이 깊은데다 어느 경우에도 똑같은 문장의 반복이나 수사적 표현을 거부하는 특징이 있기...
'5년 만에 신혼여행' 외 신간 안내제1126호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천원 지난 2년간 문학상을 두루 휩쓸어 ‘상금 사냥꾼’처럼도 보였던 소설가 장강명. 첫 에세이로 드러난 그의 삶은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 명절에 부모님댁에는 혼자 가기, 아이 낳지 않는 삶, 신혼여행은 5년 만에, 화목한 ‘대...
사랑이란 일상제1126호 그림책은 늘 좋다. 그림 하나가 거대한 이야기 하나를 설명해줄 때가 있다.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따스한 느낌, 솜털 같은 포근함, 달콤쌉싸름한 향기, 깊은 상처, 상처보다 더한 사랑,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같은 것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글이라면, 주저리주저리...
세계를 감각하는 시 읽기제1126호때론 이해가 잘 안 돼도 계속 본다는 점에서, 시 읽기와 사랑은 닮았다. 눈을 뜨고 보는 일의 찬란 앞에 어떻게 보는지는 부차적이란 점에서. ‘감각하다’의 뜻은 ‘믿는다’일지 모른다. 좋은 예술을 많이 누릴수록 믿음이 붙는다. 내게 의미 있는 무엇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믿음. 좋은 예술은 감상자가 머물러 ...
조금 이상하고 많이 사랑스러운제1125호 수풀이 여름에 울창해지는 이유를 하나는 알겠다. 그늘 많아지라고.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나 수풀을 뜻하는 녹음(綠陰)이란 단어도 ‘그늘 음’ 자를 쓴다. 푸름과 그늘은 함께다. 그리고 푸름만 풍경인 건 아니다. 빛은 제 무늬를 그늘로 만든다. 그늘은 풍경이 된다. 푸르뎅뎅한 10대의 시작, ‘푸르른 해’...
<일제의 흔적을 걷다> 외 신간 안내제1125호 일제의 흔적을 걷다 정명섭 외 지음, 더난출판 펴냄, 1만5천원 서울 남산에는 일본식 사찰 ‘신사’가 있다. 제주에 가면 성산일출봉 절벽에 일본군의 동굴 진지가 있다. 남산은 데이트 코스, 성산일출봉은 관광 코스 아니냐고 물을 법하다. 지은이들의 정당한 반론. “기억한다는 것이 쓸모없다...
경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제1125호 사는 곳과 속한 곳이 다른 사람을 ‘이방인’이라 부른다. 사는 곳은 있는데, 속한 곳이 딱히 없는 사람은 어떤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 ‘경계인’ 또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