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좋아? 져서 좋아!제1150호 연애를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로 그림책을 꼽고 싶다. 글은 없거나 적을수록 좋다. 연애에 대해 자신할 수 있는 사실이란 표현 불가능성이 전부일 것이다. 연애의 표현은 필패에 가깝다. 특히 언어로 할 때.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얼음 녹는 개울의 바위틈으로/ 어린 물고기가 재빠르게 파고들 ...
다시 펼치는 ‘감수성의 혁명’제1149호 감수성의 혁명. 이 말은 1966년 문학평론가 유종호가 발표한 평론 제목이다.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을 중심으로 김승옥의 작품을 평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 소설가 김훈은 아버지 김광주를 추억하는 에세이(‘광야를 달리는 말’...
사회주의사회는 지루하지 않을까제1149호 ‘사회주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인간 본성과 맞지 않는 거 아냐? 사회주의사회가 되면 아끼는 개인 물건도 공유해야 할까? 사회주의사회는 단조롭고 지루하지 않을까? 사회주의의 결말은 항상 독재 아닌가? 100년. 지금부터 딱 100년 전인 1...
“모든 백병전들에 대한 수기”제1148호 작가 이응준(46)이 첫 산문집을 냈다. 소설가 신경숙(54)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칼럼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5년 6월16일치)의 그 이응준. <영혼의 무기>(비채 펴냄)엔 신문 칼럼,...
<공터에서> 외 신간 안내제1148호공터에서 김훈 지음, 해냄 펴냄, 1만4천원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 지난 몇 년 동안, 늙기가 힘들어서 허덕지덕하였다.” 일제강점기에서 전두환 독재...
무엇을 위한 밤샘인가제1147호 이것도 경찰 추산이면 좋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9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짧다. 노동시간은 최상위권. 2015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34곳 가운데 연간 일하는 시간이 두 번째(2113시간)로 길다....
<말레이 제도> 외 신간 안내 제1146호말레이 제도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지오북 펴냄, 3만6천원 “생명 순환은 인간과 별개로 흘러왔으며 인간의 지적 발달이 진행될 때마다 교란되거나 파괴된다.” 진화론의 숨은 창시자로, 다윈을 급박하게 한 과학 혁명가 윌리스의 역작. 84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자...
가리워진 욕망, 드러난 공포제1146호 1983년 주디 존슨은 아들이 유치원 남교사에게 성학대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모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도시 맨해튼비치에 살았다. 존슨이 아들에게 들었다며 경찰에 피해 신고를 꾸준히 더하면서 사건은 커졌다. 유치원이 성학대 외에 동물·사람을 살해하는 ‘사탄교’ 의식을 보여주고 포르노를 찍는 ...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외 신간 안내제1145호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한창훈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천원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리고 있는 게 무언지 생각하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무기력하다. 당시처럼 ‘덤벼드니까 청춘이다’가 맞는 말이다. 잘못된 것에는 덤벼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긴 다음 한바탕 노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제1145호 “자화상에 등장한 얼굴과 화가의 얼굴이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여지껏 본 자화상들이 문득 무위(근거 ‘없음’) 같아지는 이 질문은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1913~2005)의 것이다. 물음표(?)가 온점(.)을 지니듯, 리쾨르의 저 의문은 자화상의 한 본질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