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체스왕, 망명지에 잠들다제1116호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소련은 세계 최고의 체스 강국이었다. 이 시기 어떤 체스 경기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당시 막 소련에서 서방으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와 소련 체스계에서 가장 촉망받던 ‘모범적 공산주의자’의 대국이라면 어땠을까? 1978년 필리핀에서 열린 빅토르 ...
가난한 가정에겐 잔인한 여름방학제1116호 “올여름 자녀에게 어떤 뜻깊은 방학을 선물할 계획이세요?” 미국 학부모들에게 이 질문은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이 들릴 수 있다. “이번 방학 때 아이를 어느 캠프에 보내세요?” 좀더 노골적으로는 이럴 수도 있다. “일주일에 얼마짜리 캠프에 보낼 계획이죠?” 여기서 ‘캠프’란 며칠 밤을 자고 오는 여행...
그때도, 지금도제1115호 낮보다는 밤이 안전했다. 특히 겨울밤 외진 곳이 더 안전했다. 나는 1999년부터 수년간 독일의 동독 도시에서 공부하면서 네오나치들의 인종주의적 조롱과 물리적 위협을 빈번히 경험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당시 동독은 외국인들에게 위험했다. 그때 나는 여름 낮의 대명천지보다는 겨울밤의 칠흑 어둠이 네오...
보수주의자는 학계에서 박해받는다?제1115호 “다양성이 좋다고 멍청한 사람들의 (보수적) 의견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한 독자)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늘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건 (오히려) 보수주의자인데 왜 억지 논리를 펴시나요?”(또 다른 독자) 5월8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프가 쓴 ‘진보의...
괴짜 인권운동가의 긴 투쟁제1114호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70여 년간 이탈리아에는 수십 개의 내각이 들어섰다. 1948년 공화제 출범 이후 기독교민주당 연립정권이 40여 년의 장기 집권에 성공했으나, 군소 정당 난립, 당내 파벌 간 알력 싸움 등으로 1996년까지 내각이 55차례 바뀌는 등 정치적 혼란 속에 있었다....
행복한 표준, 하루 6시간 노동제1114호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이다. 뜻밖이지만,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도 나라가 정한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지방정부나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래의 노동 형태’를 고민했다. 이들은 특별한 ‘노동시간 줄이기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
공포의 시대를 돌아보라제1113호혐오범죄에 스러진 넋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 또 다른 혐오가 민낯을 들이민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무지와 혐오를 뒤섞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화환은 2016년 5월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악’의 현현이다. “난 누구든 다 믿어. 다만 내가 믿지 못하는 건,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페이스북은 왜 인간의 편견을 택했나제1113호 도널드 트럼프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레스터시티 구단 사이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2016년, 이들은 인간의 예측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준다.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닐 어윈은 5월11일 ‘인간은 이변을 예측하는 데 한없이 서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문민정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는다제1113호 지난 4월17일, 버마(미얀마) 옛 수도 랑군에 사는 노점상 예코코는 랑군 최대 불교사원인 슈웨다곤 파고다 근처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벨트, 작은 용기, 휴대전화 장식품 등을 팔아 70대 노모와 생계를 유지해온 그는 평범한 빈민이다. 그런데 그날 한 승려가 예코코의 물건을 압수하고 그를...
바마코의 눈, 눈을 감다제1112호 최근 몇 년간 예술계에선 서아프리카 말리의 사진작가 말리크 시디베(Malick Sidib&#233;)의 1960~70년대 사진이 다시 주목받았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아프리카 사진’에 바치는 첫 전시를 열었고, 잭 셰인먼 갤러리에선 시디베의 개인전이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