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임을 위한 행진곡’ 떼창제812호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는 혁명의 한복판인 1792년 탄생했다. 프랑스가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를 하자,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은 숙소에서 하룻밤 만에 노랫말을 짓고 음률을 입혔다. 사실상 ‘진군가’이기 때문에 가사는 호전적이다. 제목도 ‘마르세유 군단의 노래’란 뜻이다. “일어서라 조국...
[부글부글] 이런 사람, 초상집에서 웃는 사람제812호이런 사람, 아주 가끔 있다. 하필이면 상갓집에 알록달록 양말 신고 오는 사람. 눈부신 형광색 셔츠도 가끔 있다. 튄다. 그래도 맨발보다는 알록달록 양말이라도 신는 게 낫다고, 부글부글은 굳게 믿는다. 러닝셔츠보다는 튀는 셔츠가 낫다고, 너그럽게 인정한다. 부글부글, 생각보다 관대하다. 호상이면...
흔들리며 피어나리제811호 효이가 담배를 피우다 발각됐다. 간이 부은 행동이다. 이 말끔하고 청정한 집에서 담배 연기를 겁없이 뿜어대다니…. 가족회의 결과, 효이는 한 달 동안 주방 설거지, 주방 도우미, 식탁 닦기에 한 달 동안 매일 감정일기 쓰기와 묵주 기도를 30분씩 바치라는 벌칙이 내려졌다. 아이들이 보통 ...
찢겨진 낭만제811호 “택배 왔습니다.” 빠르게 현관문을 열면서 수고로웠을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무거우셨죠. 고맙습니다.” 괜찮다 하면서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든 물 한 컵을 다 마시지도 못한 채 택배 아저씨는 급히 등을 돌린다. 낯익은 포장에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주소와 이름을 쓴 글씨체가 ...
[부글부글] 금연 위반 범칙금 3만원제811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사진의 제목은 ‘슬픈 저녁’이다. 오월의 어느 초저녁이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푸른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속삭이듯 흐르는 청계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사진 속 남자의 표정만 빼면 말이다. 서울 청계광장의 그 남자에게 대체 무슨 일이...
봉하 가는 길제811호 오후 3시 서울역의 풍경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딱 자른 단면 그대로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대로, 느긋한 대로, 그저 그런대로 그 템포를 따라 사람들은 움직인다. 앞줄에서 경남 밀양행 KTX표를 사는 이의 말투도 그랬다. 밀양은 내 성씨의 고향이기도 하고, 화제가 된 영화의 ...
“검찰, 이러다가 주인도 물겠다”제810호 특별한 검사가 특검이다.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을 예외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특별하다. 옷로비 의혹부터 BBK 사건까지 건국 이래 특검은 모두 일곱 차례 있었다.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손을 못 대거나, 손을 댔어도 정치권과 여론의 지독한 불신을 받은 사건은 독립적인 기관의 또 다른 수사를 필요로 ...
영웅의 다른 이름, 주검 더미 위의 출세자제810호 영웅은 싸움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동서고금 가부장적 사회들의 철칙이다. 가부장적 문화 속 ‘진정한 사나이’의 두 가지 주된 특기는 가족 부양과 다른 남성에 대한 폭력 능력의 보유인데, 전자보다 훨씬 더 극적인 후자는 늘 전설이나 문학의 줄거리를 이루어왔다.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영웅신화’는 늘 내재...
희생자 두 번 죽이는 기호와 담론의 통치제810호1. 대중매체를 위한 진혼곡에서 대중매체는 “응답을 영원히 금하는 것, 교환 과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 대중매체는 응답이 들려올 수 없게 말해지고 행해진다. 따라서 대중매체 영역에서 근본적 혁명은 ‘응답 가능성’의 복원에 있다. 반면 다른 혁명의 전략은 없다. 즉 대중매체 내용을 민주...
20대가 말하게 하라제810호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20대는 천덕꾸러기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2008년 촛불 이후에 이런 시선은 더욱 강화되어 20대라고 하면 ‘탈정치세력’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투표로 표출하지 않고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자기애만 강한 이기적 존재로 낙인찍혀버린 것이다.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