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산촌의 숲에 취하다-⑩ 함양 상림(경남 함양)제878호 심오한 뜻이 담긴 이름은 아니었다. ‘위에 있는 숲’이라서 상림(上林)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 경남 함양 상림을 찾은 것은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5일이었다. 평일 오후라서였을까. 관광 온 외지인들만 어쩌다 눈에 띌 뿐 한적한 숲은 새소리와 물소리만 가득했다. 함양...
폭력에 침묵게하는 권위주의제878호 한동안 뜨거운 이슈가 됐던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은 결국 가해자들이 출교 조처를 당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폭력의 가해자들이 어느 정도 처벌받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잊지 말고 직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점 외에도 충격적인 사실…
[좌담] 의사 사회 성윤리의 현주소를 논하다제878호 서글픈 일이었다. 좌담에 참석한 여성 의사와 의대생들은 신분 노출을 꺼렸다. 두려운 것은 학교와 병원에서 ‘찍히는’ 일이었다. 의사 사회의 치부를 외부에 나와 공개적으로 말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병원 사회를 둘러싼 높은 담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지난 고려대 성추행 사건만은 아닐 터였다. 어렵게 이들을 …
용기와 지혜, 어머니의 삶이었습니다제878호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누구인가?”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9월3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또 다른 이,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노동자의 어머니’가 여기 있었다. 9월15일 열사의 누이동생이자 어머...
에이즈는 싸우고 있다제877호 가까이 있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가까이 없어도 알게 되는 일과 가까이 없으면 모르는 일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그 경계 바깥을 떠도는 사람들을 ‘소수자’라고 부른다. 그 ‘수’는 결코 소수가 아닐 것이나, 그들을 위한 자리는 야박하게 좁다. 대개의 경우 그 자리를 만들...
‘꿈’이 아니라 ‘현실’을 살다제877호 “엄마, 엄마!” 꿈결처럼 아이의 목소리가 흩어진다. 4살의 동그란 눈에 까만 머리칼을 한 딸 하란이 흐엉(25·가명)씨를 깨웠다. 아침 7시30분. 또 지각이었다. 흐엉씨는 서둘러 일어나 아이의 밥부터 챙긴다. 어린이집 버스 도착 시간에 간신히 맞춰 딸아이를 태우고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아파트 ...
헌재, 국회, 정부 뺑뺑이 돌다가 후퇴제877호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30일 병역법 88조 1항 1호와 향토예비군설치법 15조 8항에 대해 7 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의 의미는 앞으로 몇 년간 다른 사람을 때리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지도 않고 성실하게 일상생활을 해온 젊은이들이 매일 2명씩 감옥에 가야 한다는 ...
희망을 꺾은 손들제877호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갑자기 찾아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의 근거가 되는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2008년 춘천지법을 시작으로 5건이 이어졌다. 앞서 2007년 울산지법은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향토예비군법 15조 8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제2의 공정택? 혹은 노무현?제877호 말과 태도가 복잡하다. ‘범진보’ 내부에서 특히 그렇다. “도덕성 문제라면 이념에 상관없이 진보건 보수건 적용해달라는 겁니다. 두 번째로 우리 헌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헌법의 원칙에 대해 존중하면 안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만둬라? 정말 위험...
로봇이 다스리는 로봇의 나라제877호 “피고(아이히만)가 존재하던 때 나치 법률하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공식 행위이므로… 복종하는 것이 그의 의무였습니다.”(유대인 학살 전범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의 변호인) “스스로 가슴에 못 박는 소리지만 난 철저히 ‘상명하복’ 원칙을 지켰고 조직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