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폭력의 조력자제897호 지난 1월 말 제주도를 걸었다. 눈이 쌓인 ‘사려니 숲길’을 걸을 때는 너무 열정적인 동행자에게 “이거 극기훈련이야?”라고 묻고 싶었다. 우리 빼곤 아무도 없는 숲길에서 귤이나 까먹고 있던 순간 팔딱팔딱 뛰는 노루들을 보았다. 꼭 두 마리씩 짝지어 나타났는데, 한 놈은 냅다 뛰고 한 놈은 가만...
‘임신부 투쟁’을 결심하다제897호신기하게도 임신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임신 증상이 죄다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기 전엔 괜찮더니 알고 나니 왜 이런가 해서 나 스스로도 꾀병인가 싶을 정도였다. 경찰서 기자실에 앉아 있노라면 하염없이 졸음이 쏟아졌고, 점심시간이면 건물 안에 퍼지는 구내식당의 반찬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특히 고기 ...
‘진영의 논리’와 ‘논리의 진영’제897호 ‘진영(陣營) 논리’라는 말이 있다.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뜻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편이 나뉜 상황에서 과도하게 자기 편을 옹호하거나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때 사용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그런 식의 옹호는 ‘진영 논리’이므로 부적절하다”...
즐거움으로 승부 낸 의좋은 자매의 동업제897호“젊은 시절은 1년으로 치면 봄이요, 하루로 치면 아침이다. 그러나 봄엔 꽃이 만발하고 눈과 귀에 유혹이 많다. 눈과 귀가 향락을 좇아가느냐, 부지런히 땅을 가느냐에 그해의 운명이 결정된다.”(공자) 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설렘이며 출발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축복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
너희가 알몸의 의미를 아느냐제897호 이제 곧 ‘알몸 졸업식’이 열린다. 그런데 웬걸, 학교 정문 앞에는 경찰들이 진을 치고 기자들은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취잿거리를 찾는다. 이번 졸업 시즌에도 아마 그러지 않겠느냐 하는 추측이다. 사회학적으로 봤을 때, 졸업식과 입학식 사이의 며칠은 의미심장한 시간이다. 그것은 교도소 수감자가 ...
시민들의 사회연대 복지국가의 밑거름제897호 근래 모든 정치세력들이 복지 이야기로 성찬을 차리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이 잔칫상에 오르지 못하는 복지가 하나 있다. 국민연금이다. 한나라당, 민주통합당, 진보정당 어디에서도 국민연금 보험료나 급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전에 ‘국민연금 8대 비밀’로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렸고, 앞으로 ...
가카에게 빅엿 먹인 괘씸죄?제897호 1993년 8월31일. 법관으로 임용된 지 10년째가 되던 날 신평(56·사법연수원 13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복을 벗었다. 10년마다 이뤄지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구지법 판사였던 그는 재임용 심사 석 달 전 한 주간지에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는 ...
저 인간들 철 좀 들게 해주세요제897호 “제군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법원 산하의 신입 유모사(乳母師) 교육대에서 교관이 말했다. “저승사자 위에 바로 이 몸, 악마 교관이 있어. 하지만 내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내 위에는 유모가 있지. 염라대왕도 무서워하는 염라유모가!”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오늘, 혹독...
해직 언론인들의 존재증명제897호2010년이었다. 노종면 기자를 처음 만난 것은 천안함 취재 현장에서였다. YTN ‘해직’ 기자였지만 언론노조 등 언론 3단체 천안함 언론검증위 위원으로 천안함 취재를 하는 기자들과 공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주도한 이유로 해고된 지 2년이 다 된 시점이었다. 당시...
어떤 이들의 꿈제897호 소백산 아래가 고향인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싸리나무로 빗자루를 만들었다. 산속에서 긴 싸리만을 잘라 물속에 큰 돌로 눌러 뻣뻣한 싸리의 숨을 일단 죽인다. 이후 길이에 맞춰 칡을 끈 삼아 위아래를 묶으면 끝나는 꽤나 간단한 작업이다. 싸리나무를 베고 묶고 이후 청소를 하는 모든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