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제895호 임신 사실만 확인하고 도망치듯 산부인과를 뛰쳐나온 나흘 뒤, 정식으로 마음을 다잡고 회사 앞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리고 보았다. 초음파 사진 속, 내 자궁벽에 비스듬히 등을 기댄 채 한쪽 다리를 하이킥하고 있는 ‘곤란이’의 모습을. 이어서 들었다. 쿵쾅쿵쾅 뛰어대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이제 와서 어쩔 ...
학교 폭력이 학교 밖을 향한다면제895호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 문제가 새삼 쟁점이 되고 있다. 어딘지 익숙한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되는데, 미디어는 호들갑을 떨고 사회는 덩달아 안달하며 교육계는 여전히 무능력하다. 이때 으레 등판하는 구원투수가 바로 대중문화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터넷 연재 웹툰...
자신의 사악함을 들여다보기제895호 나는 말하자면, ‘예비 전과자’다. 지난해 11월29일이 입영일이었으나 병역거부를 선언했고, 이제 곧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99.9%이고 결국 최소 1년6개월의 징역을 받게 될 예정이다. 약 2년 전엔 체포돼서 유치장에 갇혔던 적도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플래시몹을 하는 걸 체포하는...
제3의 언어로 세계를 만나다제895호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에서 여행자 산티에고가 매료된 언어는 에스페란토였다. 새해 첫 달, 올해의 공휴일 수를 따지며 한해의 계획을 잡노라면 과감하게 끼워넣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다. 그쯤은 하고 살아야 한다 싶지만 대부분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고 마는 여행. 산티에고를 생각나게 하는, ...
수도首都 갈아드리러 왔습니다제895호 옛말이 있습니다. ‘말은 낳으면 제주로,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 이제는 진짜 옛말이군요.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부랑자만이 남은 거대 슬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구 1천만 명의 메트로폴리스가 몰락하는 것은 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초여름 몰아닥친 집중호우는 난개발로 위태해진 한강둑을 무너뜨리며…
공장으로 돌아가자!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돌아가지?제895호 쌍용자동차 이창근씨의 ‘해고 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그는 쌍용차 해고자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을 맡았고, 희망버스 기획단 대변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쌍용차 해고자 가족의 심리치료 프로젝트 ‘와락’의 기획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19명을 가슴에 묻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내…
고문·학살도 용서하는 하나님 위 ‘상 하나님’제895호 2011년 12월30일 새벽,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이 세상을 하직했다. 그는 1970∼80년대 군사독재하에서 온몸을 던져 저항했던 한국 민주화운동의 아이콘이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사건으로 구속돼 온갖 종류의 고문을 당하고, 그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파킨슨씨병을 앓아...
올해의 인물은 안철수제895호 역시 2011년의 ‘슈퍼스타’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인터넷 한겨레(hani.co.kr)에서 2011년 12월26일~2012년 1월5일 벌어진 독자와 네티즌 투표에서 안철수 원장이 전체 투표자 8915명 가운데 4258명(4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패딩들의 수다제895호 색깔 진짜 예뻐. 중요한 게 여기에 살짝 털이 들어가 있어야 해. 괜찮다. 얼만데? 21만원. 야, 그건 너무 비싸다. 할인했어. 할인해서 15만원. 할인했어? 그럼 됐어, 괜찮네. 가을에 입으면 진짜 잘 어울릴 거 같아. 난 별로던데. 디자인이 낙엽 같잖아. 나한테 딴 거는 7...
송아지 수난시대제895호지난 1~2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축이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한 시기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지난해 초 한겨울을 휩쓴 구제역에 이어 이번에는 소값 파동이다. 특히 한우 농가에서 송아지 생산을 기피해 송아지 가격이 한 달 사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암송아지 한 마리의 가격은 지난해 12월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