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힘제987호‘오랜만에 바닥 마음까지 다 얘기했지만 드라이하고 평면적으로 묘사되겠구나 생각했죠. 이 선생님을 과소평가했나봐요. 실제 글은 내 마음을 3D 화면으로 보듯 생생했어요.’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정봉주 전 의원이 내게 그랬다. 과소평가했다는 대목에서도 담담한 목소리다. 먹은 마음과 말 사이에 간극이 별로 없…
회전목마제987호빨리!말이 달린다. 뒤에는 구백구십구 마리의 말이 쫓고 있다. 앞에는 구백구십구 마리의 말이 앞서고 있다. 말의 뒷덜미 구백구십구 개의 시선이 꽂힌다. 말의 시선이 구백구십구 개의 뒷덜미에 꽂힌다.빨리! 기다려 같이 가!말이 외친다. 말의 외침이 구백구십구 개의 뒷덜미를 잡는다. 구백구십구 개의 ...
그들의 시간은 1945년에 멈춰 있다제986호여기, 두 건의 소송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넘어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다. 일본에 사는 정영환(32) 메이지가쿠인대 교양교육센터 교수와 러시아에 거주하는 김숙희(52·가명)씨의 법정투쟁 상대는 대한민국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이지만, 호소하는 고통의 뿌리는 같다. 일제강점기와 분단·냉전 ...
“우리 아이들, 나만치 당하면안 되는 거니까…”제986호지난 11월4일 경남 통영시청 브리핑룸장에서는 한 할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장내를 숨죽이게 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가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가칭, 이하 역사관) 건립 기부금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백발의 할머니는 온몸을 떨며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한이 돼가지고, ...
“독자와 인터넷이 내 글 만들었죠”제986호인터넷 서점인 예스24는 올해 초 유료 연재소설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놀랍게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제치고 23살의 여성 작가가 조회 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화, 왕의 기생들>이라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누적 조회 수는 28만 건을 넘었고, 한 회당 7천 회 가까...
로봇 기자의 등장제986호프로야구의 최종 승자를 가를 한국시리즈 7차전. 경기 진행 상황을 순간순간 속보로 전하는 기자들로 으레 붐비기 마련인 기자석은 한산하다. 경기 종료 뒤 진행할 감독이나 선수 인터뷰를 미리 준비하는 몇몇 기자만이 눈에 띌 뿐이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
“에이즈는 사회적 질병”제986호‘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평범한 의사는 사람을 고치며,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다. 이훈재 인하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 말을 에이즈 치료에 적용한다. “에이즈와 관련해 가장 기초적인 진료는 장기만 들여다보는 겁니다. 에이즈는 사…
“들어가면 바보 돼서” 나오는 에이즈 요양병원제986호1981년 6월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 남성 5명에게서 이전까지 보고된 바 없는 ‘폐렴’이 발생했다.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겼고 이내 숨을 거뒀다. 폐렴이 아니라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였다. 본 적 없는 괴질을 접한 인류는 신경증적 반응을 보였다. 마침 노스트라다무스가...
떼인 돈 받아가세요제986호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다음 중 몇 가지 항목에 해당하시나요? 2001~2010년에 라면을 구매한 소비자. 그 시기에 분식점을 운영한 사람. 2000~2005년에 밀가루가 포함된 제품을 구입한 사람. 1991~2005년에 설탕을 구매한 사람. 2008~2012년에...
“그의 죽음은 노조 고사 작전이 빚은 계획살인”제986호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의 수리기사 최종범씨의 자살을 계기로 삼성과 노동계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출범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책위는 지난 11월4일 출범식에서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