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을 숨기자제990호“여보, 이상해. 예전 집보다 전기요금이 계속 덜 나오네. 왜 그러지?” 이사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전기밥솥이 없는 듯 생활한다는 점뿐이었다. 그 차이가 이렇게 큰가. 공동전기료는 더 내는데 개별 전기료는 훨씬 줄었다. 나는 요즘 주로 가스불에 스텐압력솥이나 뚝배기로 밥을 짓고 어쩔 수 없을 때만 전기밥솥을 ...
진심 축하해요, 취업!제989호행복한 날이다. 한가위 퀴즈큰잔치 응모 엽서에 자신을 ‘가난한 취준생’이라고 소개했던 임선희(25)씨는 단박인터뷰를 하던 날 취직했다. 미디어아트 회사에 12월2일부터 출근한다. 기획 연재 중인 <한겨레21> ‘취업 OTL’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직장생활 17년차 기자도 ...
988호를 읽고제989호이민정 ‘감자별’ 모녀를 위하여 문화강국을 꿈꾸는 CJ E&M의 tvN <감자별 2013QR3>엔 ‘주거권’으로 고생하는 모녀가 나온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주거권’이 주제다. 주거권의 필요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로 해당 기사의 소임을 다했지만, ‘주...
전광판 인간제989호배우가 극중 여자에게 예쁘다고 하는 말은 거짓이다. 전광판에 [너! 못생겼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여자의 눈에는 전광판이 보이지 않지만 관객은 전광판을 보고 깔깔거릴 수 있었다. 원장님의 특별 지시로 서울 대학로의 연극을 보러 갔었다. 연극의 제목은 ‘전광판 인간’이었다. 녹색말을 먹으면 몸이 초록...
낡은 LP를 듣자제989호낡은 LP를 어루만지는 돋보기를 쓴 노인을 연상할지 모르겠지만 레코드 페어에 가보면 제법 많은 소년·소녀들도 음반을 고른다. 하지만 레코드를 듣는 취미가 쉽거나 단순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곧잘 듣는 “아직도 집에 턴테이블이 있어!”라는 말에는 신기함과 유별스러움이 묻어난다. 간편하게 내려받은 음원을 휴대…
낮엔 ‘차도남’, 밤엔 ‘따농남’제988호낮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밤엔 ‘따농남’(따뜻한 농촌 남자)이다. 충남 천안의 신용평가회사에서 근무하는 독자 김민수(42)씨는 저녁이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충북 청원의 전원 마을로 귀가한다. 5년 전 처가 식구들과 라면을 먹다 의기투합해 ‘충동 귀농’했다. 장인·장모님을 비롯해 네 가구가, ...
987호를 읽고제988호전형우 벗들에게 들리겠는가 특집 ‘벗들이여, 짖지 않는 개로 살 것인가’라는 박노자 교수의 외침은 벗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새로 시작한 기획 연재 ‘취업 OTL’에 나온다. 벗들은 토익과 자격증, 복수전공과 어학연수로 바쁘다. 딱 내 이야기다. 벗들에게 방점은 ‘짖는 문제’가 아니라 ‘살 것인가’에 ...
‘산다는 것’을 고민한 시간제988호당선작 <전광판 인간> 서주희 ‘산다는 것’을 고민한 시간 수상 소감 쓰기가 참 어렵네요. 당당하게 쓰자니 밑천 없는 자의 우연한 행운을 으스대는 것 같고, 마냥 낮추자니 그것도 가식 같고 그렇습니다. 솔직한 심정은 그저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소설을 배운 지 4개월밖에 되지 ...
냉철한 시선이 돋보였다제988호‘손바닥문학상’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1회 수상자인 신수원씨는 수상작을 표제로 삼은 소설집 <오리 날다>를 지난 6월에 펴냈다. 수상자 신씨와 손바닥문학상이 함께 거둔 성과라 자찬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해 167편이던 응모작이 올해엔 248편으로 껑충 뛴 것도 이 상이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