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챙기자, 문상 3종 세트제996호한없이 뒹굴어도 좋을 일요일 아침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리고 스물을 갓 넘긴 제자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았다. 대안학교 교사로 있을 때 담임을 맡았던 아이인데 안부를 묻지 못하고 산 지 오래됐다. 왜냐고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참담한 마음으로 세수를 하고, 검은색 옷을 …
국정, 난 반댈세제995호1월8일 수요일 저녁. 부모님이 계시는 강원도 홍천으로 향하는 차 안. 운전 중이던 독자님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평소 독자 단박인터뷰를 보면서 ‘갑자기 전화를 받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인가형 대안학교에서 4년6개월 넘게 역사 과목을 가르치…
994를 읽고제995호정인선 종이 한 장 차이 언젠가 남산에 올랐다가 빵 터졌다.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 길목을 지키고 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복을 위아래로 갖춰입고 시선이 보이지 않게 선글라스도 썼다. 고엽제 전우회 소속의 할아버지였다. 그 할아버지를 발견한 뒤에야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 양쪽에 ‘종북 척결’ 운운하는…
처음 세상에서 맞는 게 채찍이라면제995호저는 현재 서울의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김준영(24·남)이라고 합니다. 올해 1월 대학 졸업과 함께 퇴소를 앞둔 상태입니다. 저를 포함해 시설에서 생활하는 많은 아이들이 시설을 떠난 이후의 자립 생활에 대해 두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거리는 집 문제입니다. 시설이 서울...
왜 결혼하셨어요?제995호“차라리 최근 섹스는 언제였느냐고 묻지.” 결혼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곧잘 이렇게 중얼거린다. 잠깐 사이 질문한 상대방의 당황을 읽으며 약간 고소해하려면, 그 혼잣말을 아주 들릴 듯 말 듯 흘리는 요령이 중요하다. 초면의 자리이거나 여러 사람과 어울려 있을 때도 결혼에 대한 질문은 예외가 없다. 가장 많이 ...
993를 읽고제994호김휘연 충분한 사람의 충분한 사람 이번엔 어떤 ‘충분한 사람’을 만날지 기대한다. 지난 기사에 대한 인터뷰이의 반응을 도입에 적어주는 것,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인터뷰어의 순간적인 생각도 좋다. 이번주는 버스 안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목소리의 주인공 배미향씨다. “라디오는 너무 신변잡기적이라 잘 안 듣게 된…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어요”제994호해마다 연말이면 돼지저금통을 들고 아름다운재단을 찾아 ‘돼지를 즉석에서 잡는’ 반가운 사람이 있다. 노점상을 운영하며 매일매일 ‘개시’로 벌어들인 돈을 5년째 기부하고 있는 김태수(60)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20년 전만 해도 태양광 설비 대리점을 운영하던 어엿한 사장님이었으나, 부도와 파산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