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말제1400호 내가 기억하는 첫 대통령선거는 1987년이다. 군부독재, 민주화운동, 직선제가 뭔지 몰랐던 아홉 살은 그저 귀에 콕콕 박히는 몇몇 선거 구호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보통사람’ ‘이 사람 믿어주세요’. ‘땡전뉴스’의 점화(프라이밍) 전략에 말려들어, 나도 모르게 기호 1번에 마음을 줬다는 ...
미얀마 여성전사와 난민 꼬마의 눈망울제1400호 “그들의 용기와 희생에 그저 눈물만 납니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5·18 광주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미얀마 국민 여러분 힘내세요.” “국민 학살 쿠데타 주동 군부 지도자들은 반드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미얀마는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은 새롭고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고…
발이 침묵하는 시간제1399호 ‘하루 중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되면, ‘열기에 자극받아 띠처럼 무리를 지어 길을 가로지르는 검은 개미 떼, 그리고 공기의 흐름에 따라 높이 떠 선회하는 꼬리 없는 독수리를 제외하고 어떠한 살아 있는 생물체도 이 시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조지 오웰은 그의 첫 번째 소설 <버마 시절&...
예쁜 집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제1399호 집에 둘 소품을 사는 짓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뒤지는 짓을 번갈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어이없어하는 활동인데,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이 셋집은 칙칙합니다. 분위기를 쇄신해보자며 소품을 검색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척하고 있으니 벽을 메운 책장이 필요합니다. 신문을 쫙 펼쳐도 무리 없을 큰…
한겨레21 뉴스채널 구독하면 선물 추첨권!제1398호 2022년 설 퀴즈큰잔치는 네이버 ‘뉴스판’의 <한겨레21> 채널을 새로 구독하는 분을 위한 경품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정기구독자가 아니라도(정기구독자는 중복 응모 가능), 응모 기한(2월10일까지)에 <한겨레21> 네이버 뉴스채널을 새롭게 구독하고,...
행복동, 원미동, 사당동, 서영동…제1398호 ‘아영은 기사에 나열된 30대의 사례들이 무척 낯설었다. 끌어모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영혼은 대체 어떤 영혼일까. 나는 영혼마저도 실속이 없네. 웃음이 나왔는데 솔직히 웃기지는 않았다.’(조남주, <서영동 이야기>)‘수도 없이 이사를 다니며 얻은 결론은 한 가지, 집이 없으면 희망...
달라진 ‘2년’을 기대한다제1398호 “과잉 관심, 과잉 경계죠. ‘공수처 흔들기’라고 봐요.”(2021년 6월)“뭐 하나 뚜렷하게 된 게 있나요. 공수처 위상에 맞는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2022년 1월)불과 6개월여 흘렀건만 예상보다 온도차가 컸다. <한겨레21>은 2021년 7월 제136...
‘정권교체’를 향한 춤, 엉거주춤제1397호 엉거주춤한 자세, 스스로도 어색함을 감추기 어려운 듯한 표정, 그를 감싼 붉은 배경. “나부터 바꾸겠다”며 2022년 새해 첫날 큰절을 올리기 직전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그 모습을 포착한 제1396호 표지는 정치인 윤석열의 현재를 잘 설명합니다. 무엇을 위한 정권교체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
공수처와 인권제1397호 그날의 기억은 또렷해서, 도무지 잊히지를 않는다. 16년 넘게 흐른 이 순간까지도. 그날 이후 머릿속에서 수백 번을 되감아봐서일까. “어디 도청장치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 거나하게 취한 그는 팔을 뻗더니 내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듯한 시늉을 했다. 불과 2~3분 전에 성희롱(명백한 성희롱에 해당...
현실적인 소설, 소설 같은 현실제1396호 <한겨레21> 제1395호의 고갱이는 제13회 손바닥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세계’라는 주제 아래 쓰이고 당선한 세 편의 ‘문학’ 작품이 담겼습니다. 당선작 ‘고라니들’ ‘화이불변’ ‘불안할 용기’는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슬프고 적나라합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