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피크닉제1391호 # 첫 번째 피크닉 하마터면 못 찾고 지나칠 뻔했다. ‘여기가 맞아?’ 전시관 ‘피크닉’(piknic)을 찾아가는 길은 미로 같았다. 서울 남대문시장 건너편 좁은 골목길 사이에 후문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나중에 알았지만 널찍하고 멋진 정문은 골목길 저 위에 있다.) 2주 전 목요일, 제13...
삼호읍은 소멸마을 희망 될까요제1390호 제1389호 표지이야기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도시’는 전남 영암 삼호읍의 산업과 노동, 인구 이야기를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적은 기사입니다. 삼호읍은 물론 건조하기만 한 동네는 아닙니다. “목포는 좀 가보았지만 영암은 낯설어서…”라고 운을 떼면, 삼호읍 사람들은 언제라도 이런 얘기를 쏟아낼 터입니다...
은둔, 탈출할 수 있을까제1390호 2015년 가을, 일본 도쿄 미타카시. 지브리 미술관이 있다는 공원 앞을 지나, 빵집에 도착했다. 빵을 만들어 팔지만, 엄밀히 말하면 빵집은 아니다. 1층에 몇 종류의 빵과 과자를 파는, 소박한 가게가 있긴 하다. 위층에는 빵 만드는 공장 비슷해 보이는 시설도 있다. 빵이 이곳의 주인공은 아니...
소멸의 모순제1389호 ‘우리 마을 이장님은 필리핀댁’. 11월1일 아침 <조선일보> 1면 제목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신문을 잘못 봤나, 싶었다. ‘소멸 위기 마을에 이주민들이 터 잡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전북 무주군 최초의 결혼이주여성 ‘이장님’이 동네 어르...
삐삐언니랑 편견의 강을 건넜어제1389호 ‘삐삐언니’의 집은 우리 집에서 223m 떨어져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회사에서 상처받았을 때, 술을 마셔도 갈증이 풀리지 않고 마음이 아플 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저는 그에게 연락해봅니다. “선배, 집에 있어요?” 때로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그는 흔쾌히 저를 초대해줍니다. “응, ...
나쁜 사람? 아픈 사람제1388호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모두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그분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혹함이 느껴지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도대체 왜 이분이 다른 의사들도 많은데 하필 내게 오셨는지 원망스러...
손바닥문학상 응모작 222편 도착제1388호 제13회 어제와는 다른 세계 주제 공모로 열림 손바닥문학상 접수가 끝났습니다. 마지막 접수 메일 도착 시간은 1시 40분, 이전에 보낸 파일을 수정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메일에 담긴 작품이 응모번호 222번입니다. 작품 접수하신 분들에게는 응모번호를 알려드리는 메일을 회신드렸습니다.21 기자들과...
다이소·떡볶이, 아이들이 바라는 것제1388호 졸업한 학교가 폐교된 경험이 있나요? 도시에서 태어나 신설 학교만 다녔던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폐교 기준이 무엇인지 알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현재 교육부는 초등학교에 대해 면 지역 전교생 60명 이하, 읍 지역 120명 이하, 도시 지역 240명 이하를 폐교·통합 기준으로 ...
하나하나 찾아 ‘적어도’ 20건제1387호 ‘읽을 수가 없다. 마음이 아파서….’ 제1386호 ‘살릴 수 있었던 아이’ 기사 밑에 달린 댓글입니다. <한겨레21>은 2013~2020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됐음에도 죽음에 이르고 만 아이 20명을 처음으로 전수분석했습니다. 댓글을 읽고 그 20명의 죽음을 하나...
사라지는 것들제1387호 “감기 걸려도 거창읍까지 가야 해요.”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사는 신원초 5학년 혜성이의 말이 유독 서걱거렸다. 신원면에는 병원은 없고, 보건지소만 있다고 한다. “보건지소에서 아이들 약도 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원초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연주의 엄마 말도 자꾸 마음에 밟혔다. 약국도 없고, 보건지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