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탓’제1396호 결혼을 앞둔 38살 노동자 김다운씨가 경기도 여주에서 전봇대에 매달려 일하다가 숨졌다. 한국전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고압 전류에 감전돼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2만2천 볼트나 되는 고압전선 작업을 하는데, 고무로 된 절연장갑이 아니라 면장갑을 끼고 일한 탓이다. 절연장비를 갖춘, 바구니 ...
새해 우리는제1395호 또 다른 해가 시작됐다. 그해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꿈꿨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면, 정말로 새시대가 열릴 줄 알았다. 5년 전, 그해 우리는 ‘새시대’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사면이 ...
지방소멸이 남 일 같지 않았던 이유제1395호 “지방소멸을 빠르게 소멸시키자”는 말을 뉴스룸에서 장난처럼 하곤 했습니다. 중차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호기로운 말은 아니었습니다. 장기 기획 연재물인 ‘2021 소멸도시 리포트’ 취재를 이어가는 중압감과 고단함을 누군가에게(주로 편집장)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2021년 8월 말부터 네 명의...
돋보이지 않아도제1394호 <한겨레21> 뉴스룸의 달력은 세상보다 2주를 앞서간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미 알겠지만, <21> 표지 왼쪽 하단에는 잡지 발행일이 찍혀 있다. 배송 일정 등을 고려해 독자가 잡지를 받아 보는 그다음 주 월요일에 해당하는 날짜를 적어둔다. 2...
살해당했다, 최선을 다했는데제1394호 이쑤시개를 버렸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2019년 2월 남편에게 죽도록 맞은 피해자는 여성긴급전화(1366)와 경찰에 전화해 “남편에게 맞았다.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피해자가 남긴 유언이 됐다. 며칠 지나지 않아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사람에게서 돼지가 맞을 ...
불안한 미래로 뚜벅뚜벅제1393호 꿈과 꿈이 만났습니다. 제1392호 표지이야기 ‘주섬주섬 해적단의 폐교 습격 사건’을 이끈 스물다섯 이찬슬은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꿈을 꿉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만큼이나 척박한 현실에 놓인 외딴 섬마을에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사람과 문화를 지키려고 합니다. 청년도 살고 섬도 사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제1393호 망치로 머리를 가격하고, 흉기로 화장실에서 주검을 토막 내고… 검사는 낮은 목소리로 몇 시간째 공소사실을 건조하게 읽어 내려갔다. A, B, C, D… 피해자를 부르는 호칭만 11번째 바꿔가면서.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구매자를 만나러 갔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마사지사 등 여성 11명. 그렇게 얼굴...
지금 아는 것을 1년11개월 전 알았다면제1392호 요 며칠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드르륵 울릴 때마다 덩달아 심장이 덜컥거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 학교와 학원에서 문자메시지, e알리미 등으로 인근 초등학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탓이다. 지난주와 이번주 연달아 아이 같은 반 친구들의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 ...
수도권 인구 10%만 지방으로 옮긴다면제1392호 절망과 희망이 엇갈렸습니다. 제1391호 표지이야기 ‘대도시 소멸의 전조’를 쓰면서 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나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그 두 감정이 거세게 뒤섞였습니다.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간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한 일입니다. 120~300여 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
누구나 은둔할 수 있지만, 누구나 도움받을 수 없는제1391호 청년들에게는 은둔 경험이 꽤 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 새내기이던 2014년에 일주일 동안 자취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입시에 실패한 뒤 자신을 실패자라고 규정했습니다. <단비뉴스> 취재팀의 다른 팀원들도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두 달까지 은둔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입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