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뒤에제1386호 맥스는 장난꾸러기다. 늑대 옷을 입고 강아지를 괴롭히고, 벽에 못을 박아 집을 어지럽힌다. 엄마가 혼내자 맥스는 소리친다.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거야!”(I’ll eat you up!)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뒀다. (여기서부터는 맥스의 상상이다.) 맥스는 ...
MZ세대의 저항, 은밀하고 당당하게제1386호 ‘엠제트(MZ)세대의 저항’을 취재하게 된 이유는 최근 ‘스타벅스 트럭시위’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기존 노동운동과는 다른 면이 있었는데요. MZ세대로 추정되는 시위 주동자가 블라인드에서 익명으로 활동해서 누군지 알 수 없었고요. 열악한 노동환경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민주노총과는 함께하지 않겠다는...
“뭐든지 기본이 10년” 의리의 구독자‘제1385호 “예? 이거, 큰일 났네요, 이거.” 허를 찔렸다. <한겨레21> 2021년 한가위 퀴즈큰잔치에서 1등 자동차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정종식(55·사진 맨 오른쪽) 독자는 반가워 폴짝이는 기색이 없다. 그렇다. 그는 이번 퀴즈큰잔치에 응모하며 적당한 ‘합격권’ 경품을 물색했다...
‘망자’를 기리는 사회의 품격제1385호 ‘살아 있는 사람 취재하기도 쉽지 않은데….’ 지난 여름 무연고 사망자들의 생애를 취재하기 위해 그들이 남긴 인연의 끈 한 자락을 붙잡고 땡볕 길을 걸을 때마다 불쑥불쑥 솟구친 푸념이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가난, 관계 단절, 질병 등 ‘현상’ 이면에 있는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
엽서마다 감동이 맺혔습니다제1382호 “어떤 신문사는 ‘우리 신문은 퍼스트클래스와 회장님 좌석에 꽂혀 있는 신문’이라고 홍보하더군요. <한겨레>는 보통 사람들 옆구리와 가방에 꽂혀 있는 신문으로 남아주세요!”한 독자님의 퀴즈큰잔치 응모엽서 중 한 구절입니다. <한겨레21> 뉴스룸에 쌓여 있는 수백 장의 ...
나의 친구, 청년노동자제1385호 한 친구가 있었다. 20대에 처음 만났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세상과 조금씩 타협했고, 세상을 바꾸는 대신 세상일을 기록하는 기자가 됐다. 그 친구는 계속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다. 사회단체 활동가로 살았다. 가끔 취재를 부탁하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2013년 1...
어제와 다른 세계, 손바닥에 적어주세요제1385호 손바닥을 모독하지 마세요. 최근 한 대선 후보가 손바닥에 글자를 적고 나와 ‘주술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겨레21>...
탄핵이 제일 쉬웠어요제1384호 ‘탄핵 정국’은 차라리 쉬웠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벚꽃 대선을 거칠 때 사회부를 막 벗어나 정치부에 발을 디딘 6~7년차 기자였지만 정치의 흐름을 내다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소로운 말이지만, 그땐 민심도 곧잘 읽혔습니다. ‘출구는 탄핵밖에 없다’ ‘지...
아무도 찾지 않은 죽음제1384호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래 서 있었다. 하얀 천으로 곱게 덮인 관 속에 누운 누군가였다. 화장로 안으로 들어가는 관을 유리창 너머에서 한참을 지켜봤다. 7월 어느 날, 경기도 고양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을 찾았다. 무연고 사망자의 삶과 죽음을 취재하려면, 먼저 공영장례 의식과 절차를 두 눈으로 직접 ...
별별나라 게임제1383호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2020년 겨울, 경기도 과천의 한 비닐하우스촌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1980년대 도시재개발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이 이후 30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뒤쫓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쫓겨나, 관악구 봉천동을 거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