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제1405호 글로 밥벌이한 지 20년째이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여 내 글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좋은 글’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명쾌한 논리력에, 깊은 통찰, 문학적 감수성, 거기다가 춤추듯이 미끄러지는 문장까지. 질투는 나의 힘, 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저런 타고난, 탁월한 글쟁이가 될 ...
선물제1404호 3월16일은 <한겨레21>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입니다. 생일을 맞아,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21>을 이만큼 키워주신,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요.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도 마음 따듯한, 즐겁게 펼쳐보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창간기념호를 만들...
10개의 서울대를 꿈꿔보면 어떨까요?제1403호 ‘좋아요’ 43건, ‘화나요’ 72건, ‘댓글’ 106건. 제1402호 표지이야기 ‘10개의 서울대’의 한 기사에 달린 독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전국의 거점국립대 9곳에 정부 재정 투자를 집중해 이들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전국에 명문대를 늘려 서울대를...
비유 없는 전쟁터제1403호 이곳은 전쟁터다. 지하철역 승강장과 통로 바닥에는 매트리스와 스티로폼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싱글 매트리스 하나에 서넛이 다닥다닥 몸을 웅크리고 눕는다. 담요 한 장 겨우 덮고 잠을 청한다. 누군가는 아예 텐트를 쳤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지하철 도로호지치역. 포탄을 피할 방공호 삼아, ...
이번 대선, 답답하십니까제1403호 경험자를 우대합니다. 가령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면서 이런 감정을 겪어본 분들을 특별우대합니다. ‘이런 대선, 역대 처음이야!’라고 한숨을 내쉰 적 있으십니까? 상대 후보를 향한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와 막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적 있으십니까? 대선을 앞두고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는데, 이런 감정을 함께…
지는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제1402호 집안일에 허덕입니다. 주말에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유치원생 두 명을 돌보다보면 어느새 우울한 일요일 밤이 찾아옵니다. ‘집안일을 나름 할 만큼은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더러 있는데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런 생각을 내비칠 때마다 아내는 콧방귀를 뀝니다. “네가 집안일을 뭐 되게 많이 하…
공포와 정치제1402호 도둑눈처럼 아무도 모르게 왔다.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한겨레21> 뉴스룸에도. 지난주 이미 예보는 있었다. 3명의 기자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사무실 출근이 불가능해졌다. 한 필자는 다른 가족을 집에서 다 내보내고 확진된 아이를 홀로 돌보고 있다며 원고 마감을 하루 늦춰줄 수 있는...
시간과 시간의 충돌제1401호 비혼주의자였다. 결혼과 출산은 걸림돌이 될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더구나 잘해내려면 가정 대신 일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회사만 둘러봐도 아이를 키우며 기자로서의 경력도 탄탄하게 쌓아나가는 여성 선배는 드물어 보였다. 기자 중에 여성이 적을뿐더러 결혼하고 출산한 여성 기자 자체도…
엽서 보낼 자유를 달라?제1401호 명절이 끝나면 <한겨레21> 사무실에는 종이엽서가 수북하게 쌓입니다. 퀴즈큰잔치 응모 엽서들을 뜯어보며, 또박또박 때로는 삐뚤빼뚤한 독자님들의 손글씨를 읽어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2022년 설 퀴즈큰잔치부터 환경과 편의를 생각해 온라인으로 퀴즈 정답을 입력하도록 바꾸면서 그 즐거움이...
‘천심’을 품은 ‘민심’제1401호 “판세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지난호 표지이야기(제1400호) 들머리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약간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2월17일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