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이지 않았다, 살강살강(殺江殺江) 제953호나는 죽이지 않았다. 나는 죽이지 않았다. <한겨레21>(952호) 표지를 장식했던 허위 자백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은 살인’이 펼쳐진다. 안 죽였는데 내가 죽였다고 불어야 하는 고통은, 사실 당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이 경우는 어떤가. 독자 배심원들이 판단해보시길....
미국과 소련의 ‘겁쟁이 게임’제952호‘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그렇게 불렀다. 미-소 양국은 핵전쟁의 문턱에서 멈추었다. 그냥 넘었다면, 대체로 두 나라에서 1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아마겟돈, 최초의 그러나 최후의 핵전쟁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미국의 U2정찰기가...
국적의 두 얼굴제952호1947년 10월 남조선과도입법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미군정의 요청으로 훗날 대한민국 국적법의 모체가 될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안’을 심의한다.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 실시를 앞두고 ‘국민’(조선인)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거주 외국인이 극히 적고 일본인은 대부분 본국으로 철수한 뒤였...
정부조직법, 두루미의 입 여우의 접시제952호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디어법 논란이 거세던 2009년 초 방송 대담에서 “민주화된 시대에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나, 정권이 방송과 언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후의 상황 전개는 잘 알려진 대로다. 지상파 방송사의 사장들은 기자·PD한테 재갈을 물렸다. 여럿이 해고되거나 보도와 무관한 부서로 밀려났다…
첫인사 끝인사제952호1. 봄입니다. 바람이 여전히 맵차지만 한낮의 햇살은 졸음을 부를 만큼 매혹적입니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 든든한 벗이었던 두꺼운 외투를 옷장에 처박아두고 ‘똥 친 막대’ 취급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세상에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다지요. 무심히 흐르는 시간 앞에서, 삶의 태도를 ...
국민행복시대? 국민항복시대!제952호국민행복시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역시 오매불망 대통령 생각만 해온 분이라 다르긴 다른가봐요. ㅂㄱㅎ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며 “그 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이주의 트윗,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풍경제951호극우는 아닐 거란 낙관 취임사의 ‘품앗이’ 등에서 읽은 경제민주화 ‘진정성’ 새 정부, 진보적 정책 집행 성공하면 진보에도 나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 중 하나가 취임사다. 취임사는 대통령이 무슨 철학으로 나라를 운영할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
잘하라는 마음에 남기는 헌정시제951호대형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광고 문구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
복화술제951호나는 1990년 1월~1991년 6월 병역의무를 이행했다. 군견보다 재산가치가 떨어진다는 방위병으로. 내가 속한 부대의 거수경례 구호가 “하면 된다 하자”였다. 박정희를 좋아해 늘 ‘라이방’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던 부대장이 지은 구호다. 뜻풀이는 이렇다. “까라면 까지, 잔말이 많아.”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