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회장제875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 8월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리해고는 정당하며 회사가 조속히 정상화되면 재고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답변은 여론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지만, 무엇보다 말의 진실성을 믿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조 회장은 미리 준비된 ‘청문회 대응 매뉴얼’을 보며 답변했다....
이것은 점거농성이 아니다제874호 8월12일 낮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숙자와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특별사법경찰관은 서울역의 방침이 노숙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임을 밝히며 노숙자에게 역사에서 나가라고 요구한다. 노숙자는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결국 특별사법경찰관에 쫓겨 역사 밖으…
생명을 건 아스팔트의 땀방울제873호 자동차들이 속도 1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파손된 도로에 긴급보수용 아스콘을 붓자 지면의 열기가 ‘훅’ 하고 올라온다. 한 차선이 줄어 교통이 약간 정체되자, 작업자들을 위협하듯 한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스쳐 지나간다. 최소한의 안전장비 사이로 차량이 스쳐 지나...
배부른 꽃제873호 하늘이 뚫린 듯 끝없이 내리던 비가 잠시 물러나 앉은 8월3일 오후. 전북 김제의 들판, 34.5℃의 염천(炎天) 속에서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묘하게도 밥알을 닮아 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꽃.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벼꽃이다. 벼꽃은 주로 처서(8...
240시간 동안의 주경야독제872호지난 7월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는 한시도 빠짐없이 ‘해고는 살인!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피켓이 있었다. 그냥 놓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 새겨서. 고등학생, 젊은 연인, 아기를 품에 안은 한 가족, 해고 노동자, 영화감독, 변호사, 대학교수…. 다양한 신분...
우리는 국가대표다제872호 여기 국가대표들이 있다. 피서철, 바다와 계곡, 해외여행 따위는 잊었다.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오직 연습, 연습뿐이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지난 7월21일 경기도 분당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합동훈련장에서 만난 박병후(44·청각2급장애)씨.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사진-실내 부문’ 국가...
사람 냄새 나는 예술제871호 6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통인시장이 미술관이 되었다. 작가를 포함한 서울예고, 추계예대, 상명대 학생들이 팀을 짜 시장 안 가게를 한 곳씩 맡았다. 전통시장에는 대형마트 같은 물량 공세, 저가 공세는 없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있다. 가게 주인의 사연을 작품에 ...
지겨운 가난까지 말랐으면제871호 쉬지 않고 퍼붓던 비가 그치고 장마는 끝이 났다. 30℃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름휴가를 즐기러 산으로 바다로, 멀리는 해외로 나간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역 뒤쪽에 500여 명이 모여 사는 ‘안동네’라 불리는 쪽방촌이 있다. 지난 7...
“담쟁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희망을 향해”제870호 7월9일 첫날엔 폭우가 쏟아졌고,이튿날엔 폭염으로 끓어 올랐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희망 버스 195대 승객 9천여 명이 보낸 1박2일은 날씨마저 그렇게 강렬했다. 여기에 경찰의 강렬한 최루액과 물대포가 더해졌다. 강렬한 곤봉 세례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진숙씨...
가난한 대학생의 가난한 분향소제870호 여름 방학을 맞아 해외 여행과 연수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대학생들은 공부를 뒤로 밀치고 등록금 벌이에 나선다. 시간급 4500원. 방학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가난한 학생들은 더욱 고달프다. 그래서 몇 푼 더 벌려고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