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숨막히는 파괴제863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구럼비라고 불리는 한 덩어리 바위로 이루어진 해변을 중심으로 일대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연산호 등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그런 곳에 지금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올레길에 쇠파...
물얼음에 손 베일라제863호5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때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지난 5월25일 서울은 28℃까지 단숨에 올랐고, 대구도 29℃를 기록했다. 본편은 시작도 안 했는데 예고편부터 심상치 않다.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분수에서 어린아이가 물을 만지려 하고 있다. 이날 깜짝 더위에 놀란 사람들은 삼삼오오 물을 ...
할머니들 떠나기 전에 사과를제862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옥련 할머니가 지난 5월15일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2살. 고인은 전북 무주 출신으로 1941년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라바울섬에 강제로 끌려가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습니다. 1944년 해방 직전에 귀국한 박옥련 할머니는 대전에 정착했다가 199...
축제조차 사치인 청춘제862호 5월을 맞아 대학가엔 축제가 한창이다. 큰 돈을 주고라도 유명 연예인을 불러오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축제의 흥겨움은 예전만 못하다. 맛없지만 정겨운 학생들의 ‘~돕기 주점’도 떠들석한 분위기는 아니다. 비싼 등록금과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으로 요즘 대학생은 축제를 즐길 마음의 여유도 위축...
[포토2]가장 천천히 호흡하는 마을제861호 마을길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나온다. 나지막하고 이끼 낀 담장 사이로 구불거리며 도는 길들이 마냥 정겹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1510년 전 백제 때부터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Slow Cit...
뱃속의 아기가 31년째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제861호 1980년 5월21일, 최미애씨는 집 앞 골목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임신 8개월이었다. 유족들은 계엄군한테 주검을 뺏기지 않으려 서둘러 장례를 치렀지만, 계엄사는 임신부가 죽었다는 소문을 확인하겠다며 무덤을 다시 파헤쳐 주검을 ‘수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
피곤해도 좋다 즐거워만 다오제860호 5월은 가정의 달, 5일은 어린이날. 5일 어린이를 위하느라 어른들이 벌여야 했던 물밑 작업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선 아침 6시부터 직원 1천여 명이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동물원엔 매표 직원만 72명이 배치됐다. 사육사들은 동물을 지키고 관람객을 안내하느라 땀을 뻘뻘 ...
산사를 찾은 귀한 손님제860호 절에 귀한 손님이 들었다. 아기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려고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지난 5월2일 전북 고창 선운사를 찾은 수녀님들이다. 경내를 돌아본 수녀님들이 연등 아래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밝고 편안한 표정들이다. ...
바랑을 메고 유치원 가는 소년제859호 묘우(5)는 스님이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선다. 고사리손을 모아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겠다는 염불을 외운다. 스님은 아침이면 잿빛 승복 차림에 바랑을 메고 유치원에 간다. 누나인 묘법(12)은 그런 묘우가 귀여워 통학차에서 내리면 품에 안아 유치...
천 일 동안제859호 지난 4월27일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훈련장 확장에 반대하며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사람들이 촛불을 밝힌 지 1천 일이 되는 날이었다. 봄비가 흩뿌리는 데도 오현리 사람들은 폐교된 직천초등학교 운동장에 촛불로 ‘희망’이라는 글씨를 썼다. 1996년 국방부는 오현리를 훈련장 확장 지역으로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