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여 우는 불안의 섬제852호 연평도는 황량했다. 지난 3월8일 오후, 인적 끊긴 인천 옹진군 연평면 신작로에는 스산한 바람만 온종일 불었다. 포격당해 전소된 가옥은 넉 달째 흉물스럽게 방치됐고 재가 된 살림살이들 위로 더께가 쌓였다. 폴리스라인 너머 타다 남은 가재도구만이 여기가 사람이 살던 곳임을 말해주었다. 마을은 적막했고, 골목...
대재앙 앞의 인간제852호 잊은 듯하면, 대지진의 재앙은 엄습한다. 거대한 쓰나미가 휩쓸고 간 현장은 아비규환 자체다.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수도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약 391km 떨어진 도호쿠 지방 부근 해저에서 규모 8.8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나토리시가 물에 잠긴 채 일부 주택이 불타고 있다. 후쿠...
세계의 절반, 여성의 이름으로제851호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3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여성연대 등 11개 노동·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등을 주장하는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다. 전세계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은 올해...
부지런한 남녘의 봄제850호 봄이 제일 먼저 상륙한 남해안은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난겨울의 혹독함 때문에 예년 이맘때쯤이면 활짝 펴 붉은 얼굴을 내놓아야 할 동백꽃이 망울을 아직 열지 않았고, 아침저녁으론 여전히 쌀쌀한 한기를 느낄 만큼 지난겨울의 그림자가 길다. 꽃도 피지 않았고 몸으...
그만 파쇼!제850호 “못 살겠다 MB 3년, 국민들이 심판하자.”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3년을 후하게 평가했다.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열었으며, 미국 및 유럽연합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
1380명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 학교제849호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졸업식 노래> 2절)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갈전리 하장초등학교 갈전분교. 삼척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댓재를 넘어 1시간여를 달려야 다다르는 곳....
죽은 생명이 흐른다제849호 2011년 국토가 거대한 무덤이다. 동토 아래 도처에 소·돼지 335만여 마리가 묻혔다. 모두 죽어 있다. 정부 지침을 보면, 구제역 가축을 묻을 수 있는 장소는 △집단가옥·수원지·하천 및 도로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사람 또는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 △농장부지 등 매몰 대상 가축...
“신청곡 띄워드립니다”제848호 경기 안양시 석수동의 음악다방 ‘세월이 가면’. 문을 열자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이 얼었던 얼굴을 감싸며 흐른다. 이어지는 DJ 성시훈(50)씨의 부드러운 중저음 목소리가 가게 바닥에 내려앉는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 춥고 긴 겨울도 이젠 서서히 자리를 내주려나...
내 맘마저 날아라~제848호 연날리기에는 유년의 추억이 서려 있다. 황량한 겨울 들판에서 우린 두 볼이 빨개지고 얼얼해질 때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렸다. 연이 창공을 날면 내 맘마저 하늘을 나는 듯했다. 친구들과 풀 먹인 연실로 싸움을 하다 먼 허공으로 연을 날려먹기도 했다. 요즘엔 한옥마을이나 민속촌에서나 만날 수 있던 ...
길 따라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제847호 장돌뱅이, 장꾼, 장돌림 등으로 불리는 곽태정(63)씨는 5일장이 열리는 장터를 돌며 책과 민속공예품을 판다. 1일은 양곡장(경기 김포시 양촌면), 2일은 강화장(인천 강화군 강화읍), 3일은 일산장(경기 고양시 일산동), 4일은 광적장(경기 양주시 광적면), 5일은 광탄장(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