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가을제880호오곡백과가 마지막 단맛을 채워가는 지난 9월29일, 초가을 가뭄에 애태우던 농민들에게 다디단 ‘쌀비’가 내렸다. 가을비가 거미줄에 알알이 달려 지나간 여름의 추억을 올망졸망 담고 있다. 유난히 장마가 길었던 올여름. 끊일 듯 이어지는 비를 지겨워하던 것이 그리 먼 기억이 아닌데도 “맑은 가을 하늘이 좋긴 한데 …
젊은 앵글로 들여다보다제880호 이란 중부에 위치한 사막도시 예즈드의 이슬람 유적 아미르 차크막 사원 앞. 카메라를 멘 자바드 알아에메흐 사립학교 학생 10여 명이 우르르 단체 촬영에 나섰다. 검은색 차도르에 히잡을 쓴 여학생들도 분홍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도자기를 굽는 이웃 아저씨의 땀방울을 찍기...
미안해요 아웅나이윈제879호 아웅나이윈은 버마인이다. 미얀마인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정한 미얀마라는 국명보다는 그전 국명인 버마로 자신의 조국이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버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8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
토건과 생태의 한판 승부제879호 9월23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세빛둥둥섬을 찾았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 3천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 자리에서 박 변호사는 “인공적인 회색만 가득한 곳”이라며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회복과 창조’였…
태일아, 어머니 가신다제878호 어머니보다 41년이나 앞서 떠난 아들이 어머니의 영정을 안고 있다. 아들은 그렇게 그림 속에서나마 자식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아들 대신 세상을 품는 위대한 모성을 보여주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이 아니라, 전태일이 이소선의 아들”(김근태 전 의원)로 여겨...
풍경과 정에 취한 버스제877호 “엄마, 우체국 앞에서 내리신다면서? 다음이 우체국이니까 일어나셔요.” 버스안내양이 앞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할머니를 깨운다. 도착지에 버스가 서자 고추가 든 커다란 할머니의 짐을 정거장에 내려놓는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버스가 충남 태안군 이원면 관리 볏가리마을의 꾸불꾸불한 산길...
여기, 생명이 있다제877호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강정마을에 전격적으로 공권력이 투입된 9월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중덕3거리에서 망루에 올라간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오른쪽)과 한 시위대를 경찰이 에워싼 채 감시하고 있다. 경찰기동대 등 1천여 명은 이날 새벽 농성하던 시위대를 끌어내고 공사장 주변...
내일을 향해 차라제876호 경기도 안산부곡중학교 축구부(교장 한상익, 감독 조병영) 새내기들이 가슴에 별 7개(전국대회 우승 횟수)를 달고 경북 영덕 일원에서 열리는 IBK 기업은행 제47회 가을 한국중등(U-15)축구연맹회장배 1학년 축구대회에 출전했다. “축구가 세상에서 가장 좋고, 또 제일 ...
학교에 텐트 치러 가야 하나?제876호 8월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새 학기가 다가오지만 하숙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은 울상이다. 뉴타운 개발의 여파로 소형주택이 없어져 하숙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보증금을 요구하는 하숙집이 생기는가 하면 6개월치 하숙비를 미리 받는 곳까지 생겨났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세상에 스민 천년의 온기제875호 ‘전통등’이라는 표현은 우리 민족이 써온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등을 가지고 논다는 뜻을 담고 있는 관등놀이는 1천 년 넘게 이어져온 우리 민족놀이 중 하나다. 이 놀이가 현대적인 축제 형태와 만난 것이 사월 초파일 연등축제라 할 수 있다. 1955년 시작된 제등행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