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파업, 봄을 부르는 비제904호투쟁만 하면 비가 내린다. 지난 3월1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문화방송·한국방송·YTN 3사 노동조합의 ‘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도 빗속에서 진행됐다. ‘언론노동자 총궐기’를 위해 일주일이 지난 3월23일 서울역 광장에 다시 모였다. 어김없이 우비를 챙겨야 했다. 아직은 춥다. 바닥이 젖었다....
영화보러 시간여행 떠나다제903호 세대를 이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열차가 전철로 바뀌고 오랜 동네 시장은 마트로, 단관극장은 복합상영관으로 바뀐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세대는 추억을 쌓을 것이다. 한데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몇 개쯤 그대로 있어주면 안 될까? 어릴 적 갔던 그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과 ...
‘열심히’ ‘성실한’ 축제제903호아침부터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경기도 고양 백석초등학교 회장 선거운동 기간이면 매년 겪는 일이다. 어린 학생들의 선거운동에는 특별한 공약이 없다. 상대방 헐뜯기도 없다. 그저 ‘열심히’ ‘성실한’을 크게 쓴 피켓을 들고 지지고 볶고 떠든다. 동네 주민들은 싫은 기색이 없다. 출근에 바쁜 어른들도 웃음...
너무 해사한 당신제902호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당시 22살)씨의 5주기인 지난 3월6일 늦은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 앞에 추모의 꽃을 올리고 있다. 시민들이 마음을 담아 바친 꽃은, 영정 속에서 해사한 웃음을 짓는 젊은 ...
명박교를 건너는 원순씨제901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2월28일 ‘거대한 콘크리트 어항’이라고 비판했던 청계천 산책로를 걷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청계천 복원 자체는 탁월한 결정이었지만 복원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권고나 철저한 고증과 협력 없이 만들어져 생태적 관점이나 역사적 시각이 결여돼 있다”며 “이런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 만드는 노인제900호 “아마도 하늘이 내게 이런 신발을 만들게 하려고 (내가) 사고를 당한 게 아닌가 싶어요.” 17년째 장애인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수 구두를 만들어온 구두 장인 남궁정부(73·세창정형제화연구소 소장)씨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1955년부터 1995년까지 ...
백설과 죽림의 화이부동제900호 전남 담양의 죽녹원을 찾은 2월21일 오후, 렌즈는 운 좋게도 눈을 만났다. 촘촘한 댓잎 틈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어둑한 대숲 그늘에 희푸른 눈송이가 수직의 점선들을 그려놓았다. 이 기묘한 흑·녹·백의 조화 앞에서, 20년 전 황지우가 쓴 겨울시 한 단락을 떠올렸다. 그는 198...
흰 장벽이 길을 막는다제899호 이상한 벽이 길을 막는다. 높고 길다. 돌아갈 길도 없어 보인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바람도 넘지 못하고 벽에 부딪쳐 울음소리를 낸다. 공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것 같은 하얀 벽. 무엇을 지키려고, 무엇을 막으려고 있는 벽일까? 여기에는 본디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분명히 이쯤에서는 바다가 보여...
우리를 위해 울지 말아요제899호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2월15일 밤 서울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다. 2월15일은 쌍용차 노조가 해고 철회 투쟁을 시작한 지 1천 일이 되는 날이다. 바로 그 1천 일을 하루 앞두고 쌍용차 해고 가족의 21번째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더운 곳의 추운 겨울나기제898호겨울은 으레 농한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쁘게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사시사철 과일을 먹고 겨울에도 화사한 꽃을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노고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겨울에도 참외, 딸기, 토마토, 꽃이 풍성하게 열리고 화사하게 자랐다. 하지만 정작 이것들을 기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