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입고서 시청에 가도제914호 서울시청 남산별관 구내식당에서 6월1일 반바지와 샌들 차림의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려고 줄을 서 있다. 서울시는 여름철(6월1일~9월21일)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고 공무원들에게 ‘쿨비즈’(Cool Biz) 복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시민과 접촉하는 민원부서 공무원들은 공직 예절과 품위를 유지...
‘이발’만 합니다제913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6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낡은 이발소가 나온다. 상호도 없이 그냥 ‘이발’이라고 간판을 달고 있다. 초여름인데 연탄난로가 물을 데우고 있다. 구식 카세트 라디오가 쟁쟁거리는 속에 가위질 소리가 잔잔하다. 손님이 왔다. “어서 오세요.” “한 달 넘었지.” “아드님은 어쩌...
연평 장벽에 돋은 새싹제913호 2010년 3월26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PCC-772 천안호’가 침몰했다. 정부는 진상 조사 작업을 벌인 끝에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해 5월24일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과 민간인 방북 불허 등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5·2...
기차는 6월에 떠나네제912호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바뀌고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져가는 현상들을 경험하고 바라본다. 강원도 태백과 삼척시를 연결하는 (통리역~도계역 간) 스위치백(switchback) 선로가 다음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40년 8월 개통한 스위치백은 일제강점기 물자를 ...
스님, 연등 그림자 밟고 어디 가세요제912호 전남 장성의 백양사 스님 도박 동영상이 공개되자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가 일괄 사퇴하고, 자승 총무원장은 5월15일부터 국민과 불자들에게 참회한다며 100일 동안의 참회 정진 108배를 시작했다. 백양사 도박 사건을 폭로한 성호 스님은 조계종 최고기관을 향해 추가 폭로를 했으나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
사장실 앞에 놓인 백일떡제911호파업 1일, 파업 2일, …파업 100일. 최현정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방송센터에 울려퍼진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시청자에게 사과하는 100배를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 보도 사수’를 내걸고 지난 1월30일 ...
5월 광주, 그 아이의 눈망울처럼제911호 지난 5월1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열린 이윤정씨의 장례식에서 6살 난 딸이 엄마의 영정을 안고 있다. 이윤정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충남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퇴사한 뒤 악성 뇌종양을 앓았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7일 저녁 8시, 두 아이를 남겨 두고 하늘로 떠났다. ‘반...
저 너머에서 ‘아침이슬’ 부를 준비도 하시나제910호정부는 2008년 5월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과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참 달아오르자 주요 일간지 1면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광고했다. 정권 초기에 촛불집회로 인해 위기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만 했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 시민이 ...
다시 한 번 부르고 싶은 이름제910호2003년부터 2008년 2월 퇴임 때까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에서 셔터를 눌러온 장철영씨가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미공개 사진 에세이 <노무현입니다>를 펴냈다. 그중 장씨가 본지에 제공한 사진들을 엮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진 찍히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
초록은 분주하다제909호뻐꾸기가 울고 이따금 장끼의 울음소리가 따뜻한 봄날. 대낮의 정적을 깨고 전남 보성의 차밭에서는 긴 겨울을 견뎌내고 대지의 정기를 듬뿍 담아 싹을 틔운 차를 따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시기에 따는 어린 찻잎을 ‘우전차’라고 부르는데, 명나라 장원의 <다록>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차를 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