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이라도 들어라제935호지난 10월26일 새벽, 서울 성동구에서 여성장애인활동가 김주영(33)씨가 화재로 숨졌다. 김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양 팔다리를 거의 쓰지 못했다. 활동보조는 하루 최대 12시간 받을 수 있었다. 화재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발생했다. 김씨가 화재 사고로 숨진 나흘 뒤에는 경기 파주시 금촌동 ...
절정의 가을, 절경의 단풍제934호가을은 짙은 녹음의 끝을 따라 슬며시 들어와 세상을 온통 빨갛게 불붙이고 잰걸음으로 떠난다. 시월의 끝자락. 온 산하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다. 예년에 비해 한층 아름답다는 단풍의 풍광을 따라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가을을 즐겨봄도 이 계절에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아닐는지. 강원도에서 탁기형 선임기자 …
최초의 대통령 아들제934호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가 서울 내곡동 사저 터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씨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이씨는 아버지의 지시를 받고 돈을 받아 전달했을 뿐 부동산 계약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단다. 증언이 사실이라...
먼 하늘 먼 땅제933호지난 10월17일 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 천의봉(31) 사무국장이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주차장 50m 높이의 송전 철탑 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고용노동부·노동위원회가 판단한 대로 사 쪽이 불법...
우리 힘 한데 모아제933호'단결된 힘으로’ ‘마음도 발걸음도 함께’ ‘난관을 뚫고 앞으로’ ‘우리 힘 한데 모아’. 구호와 같은 제목은 지난 10월7일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서 열린 제55회 체육대회의 경기 제목이다. 이어달리기·줄다리기·기마전 등 언뜻 생각하면 우리의 운동회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경기가 치러진…
기도가 점수가 된다면제932호대학 입학 수학능력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은 남겨둔 10월1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를 찾은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대학 입학을 기원하며 기도와 함께 절을 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해마다 변함없이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것은 무한경쟁의 세상 속에서 살아온 ...
내가 만드는 나만의 자전거제931호경남 양산엔 주문자가 프레임의 설계부터 용접, 도색까지 직접 배워 자기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는 자전거 수제 공방인 ‘영사이클’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유영순(68) 대표는 1964년 삼천리자전거에 입사해 1997년 명예퇴직한 뒤 이 공방을 열었다. 지금까지 거의 50여 년을 자전거만 만들...
약속대로제931호B급 정서를 앞세운 가수 싸이가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밤을 선사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 광장에서 윗옷을 벗고 말춤을 추겠다고 했었다. 아쉽게 1위를 놓치기는 했지만 싸이는 10월4일 밤 서울광장에서 감사의 의미로 무료 공연을 열었다. 싸이의 공연...
그릇이 숨을 쉬어야 음식도 숨을 쉬지요제930호 도심의 일상을 접고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에 서봅니다. 좀 늦은 오후인가 싶은데 벌써 해는 짧아져 산그늘이 길게 몸을 눕힙니다. 문득 옛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저물녘이면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라야 하는데 오늘의 농가는 굴뚝조차 사라졌습니다. 그 밥내 나는 풍경을 만들어내던 것이 가마솥과 아궁이였...
그래도 웃는다제930호올해 여름은 살인적인 무더위와 연이은 태풍으로 유난히 힘들었다.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가 농민들의 가슴도 함께 타들어갔다. 가뭄이 끝나고 잇따른 태풍으로 과실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했다.가뭄과 태풍이 이어져도 가을이 오자 곡식들은 어김없이 탐스러운 색깔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