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국수 뽑으며 장수하는 국숫집제919호애호박이 익어갈 무렵이면 한창 농사일로 바쁜 농촌에서는 참을 만들어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이때 비교적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국수는 그야말로 어머니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효자 중의 효자가 아니었을까? 잘 삶은 국수와 적당히 익힌 열무김치를 버무려 후루룩 비워내는 새참의 꿀맛이란 고된 농사일에 지친 농부...
지방분권으로 가는 비상구제918호‘한국의 워싱턴DC’로 불리는 17번째 광역자치단체 세종특별자치시가 7월1일 출범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제안으로 시작된 세종시 건설이 1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애초 행정수도로 건설 예정이었던 세종시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라는 당혹스런...
삶은 멈출 수 없다제918호 지난 6월 말,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경기 의왕시 부곡동 부곡나들목 들머리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총파업 중 운행 금지’ 등 비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무심하게 조합원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원망스러운 눈빛이 이어졌다. 조합원 ...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제917호 지난 6월16일 오후 때이른 더위 속에 3천여 명의 시민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대한문까지 행진을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과 연대의 날.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 행사의 이름이 참 길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한 ...
다시 쌓이는 모래제917호 지은 지 1년 된 낙동강 합천보의 하류에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합천보에서 직하방한 물로 보 주변의 강바닥이 9.7m나 파이는 세굴 현상이 발생했다. 세굴 하류 쪽엔 다시 모래가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퇴적된 모래 위로 녹조로 추정되는...
내 몸 깊이 새기노라 딱, 3주간만 제916호 6월 중순, 날은 가물고 벌써 폭염이다. 몸을 감싸는 옷이 빠르게 얇아지고 짧아진다. 그만큼 노출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노출의 계절 여름에 맞춰 누구는 헬스장을 다니고, 누군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 20대 젊은이들의 여름철 몸만들기의 화룡점정이 ‘헤나’(henna)다. 일정 기간 ...
양심은 누가 청소해주나제916호 최근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서울대의 한 청소노동자가 해고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6월15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에서 인권과 최저임금 보장,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0년 6월5일을 시작으로 매년 6월에 열리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올해로 3회째다....
산꼭대기 꽃의 나라제915호 해발 1300m를 넘는 백두대간의 함백산 만항재. 낮게 깔린 6월의 잿빛 구름이 등산객들과 나란히 걷는다. 숲에는 오직 사람의 숨소리와 바람이 잎사귀를 훑어내는 소리뿐이다. 짙푸른 참나무숲 사이로 희고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다. 사상자, 꽃쥐손이, 요강나물,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하늘...
좌회전 금지제915호‘좌회전 금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교통 표지판이다. 그 아래 하나 더 있다. ‘우회전 일방통행.’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견학 온 유치원생도, 국회에 차를 타고 들어가면 일단 우회전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좌회전이 허용된다. 국회도서관에 ...
서로 기대 사는 할머니들제914호 “하나, 둘, 하나, 둘.” “둔너서(‘누워서’의 전북 사투리) 운동을 하니까 편하고만.” 할머니들이 지난 5월30일 오후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학수그룹홈에서 요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허공을 향해 열심히 다리를 구르고 있다. 이 요가 동작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유치원생이 하는 체조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