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망 너머의 새들처럼제893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011년 12월2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철책선 위로 기러기떼들이 날아가고 있다. 새들에게 남과 북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자유롭다. ‘김정일 이후 시대’가 열렸다. 20대 후반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두고 북한의 미래에 대한 ...
슬픈 성탄제891호 재능교육은 학습지 교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곤 노조 활동을 한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법과 공권력은 회사 편을 들었다. ‘재능 선생님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은 그래서 시작됐다. 조합 활동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요구 사항을 내걸고. 2011년 12월14일로 1455일째를 맞았다....
폭설이 선사한 설국의 활력제890호 겨울 스포츠의 꽃인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강원도 일대에 내린 폭설이 강원도 일원의 스키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키 동호인들이 한 손에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슬로프에 오른다. 산 정상에서 설경을 만끽하며 산 아래로 질주하고, 중간중간에 묘기도 부려본다. 미끄러…
17시간 만에 철거된 희망제890호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2월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 ‘희망의 텐트촌’을 세웠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죽음의 사슬을 끊으려는 실낱같은 희망의 텐트였다. 그러나 17시간 만인 8일, 회사는 직원 50명을 내세워 텐트를 모두 ...
나무의 소리를 담는 사람제889호“거문고는 선비의 기질이 있어요. 남성적이죠. 선이 굵고 묵직해요. 가야금은 여성적입니다. 오밀조밀한 매력이 예쁩니다.” 서울 서초동에 마련된 그의 국악연구원에서 고흥곤(59)씨가 각각의 국악기에 대한 특징을 설명했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이제 막 완성된 가야금에 명주실을 앉히던 중이다. 중…
꿈결에도 그리던 고향에서 잠들다제889호 할머니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날 겨울비가 서럽게 내렸다. 노수복 할머니는 21살의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모진 일을 겪었다. 일본이 패전한 뒤에도 해방된 조국의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역만리 타이에서 70년을 살았다. 일제 때 모진 고통을 잊고 싶어서였...
일감 얼어붙은 새벽제888호 수은주가 영하로 수직 낙하하고 맵찬 바람이 온몸을 얼리는 한파가 계속된 11월25일 새벽. 일감을 찾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찾았다. 1시간, 또 1시간… 아무리 기다려도 일감을 구하려는 그들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도 공치는 날이다. 아이들과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일을 기약...
준비된 충돌제887호 지난 10월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뒤 여야는 한 달이 넘도록 한-미 FTA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 상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이 11월24일 본회의에서 실력(?)으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당론을 모아가자,...
아무는 상처, 새로운 희망제887호 구제역이 발생한 지 만 1년이 돼가고 있다. 당시 최일선에서 구제역 확산 방지와 살처분 임무를 맡았던 수의사들이 다시 가축을 살리려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강원도 내 수의사들은 56명. 지난해 그들이 살처분한 소와 돼지는 42만 두에 이른다. 가축을 보살펴야 할 수의사로서 생명을 죽여야만...
가을을 밟다제886호 가을이 저만치 멀어져 간다. 겨울은 문 앞에 서성인다. 벌써 11월 중순이다. 잠든 장미를 다시 깨우는 때아닌 이상고온 현상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려도, 거리의 풍경은 이미 가을의 끝물이다. 아침 저녁 스산한 바람에 목덜미는 자꾸 움츠려들고, 도시의 나무는 벌거벗기 직전이다. 구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