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배부른 꽃

873
등록 : 2011-08-09 15:52 수정 : 2011-08-12 10:06

크게 작게

한겨레21 이종찬

하늘이 뚫린 듯 끝없이 내리던 비가 잠시 물러나 앉은 8월3일 오후. 전북 김제의 들판, 34.5℃의 염천(炎天) 속에서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묘하게도 밥알을 닮아 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꽃.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벼꽃이다.

벼꽃은 주로 처서(8월23일께)쯤에 한창 피어나지만, 이 꽃들은 추석에 맞춘 출하를 겨냥해 심은 조생종 벼의 꽃이다. 벼는 스스로 수정을 하는 제꽃가루받이(자화수분) 식물이지만, 비가 오면 수정이 어려워져 쭉정이가 많아진다. 그 때문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이날 비를 멈추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 행사가 서울 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고장난 하늘이 원망스럽다. 8월8일은 입추다.

김제=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