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의 나날제991호<빵과 장미>라는 영화가 있다. 생존과 권익을 위해 투쟁한 미국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이야기다. 영화에서 빵은 생존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을 상징한다. 노조 설립을 위해 싸우던 노동자들은 사용자를 향해 소리친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청소노동자들...
별아, 아빠가 되어줄게제991호 아이의 이름은 최별이다. 지난 10월31일 세상을 떠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고 최종범씨가 아버지다. 고인의 회사 동료들과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이들이 별이의 아빠를 자처하며 돌잔치를 준비했다. 아빠는 사랑하는 딸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 별처럼 빛나는 이 눈이 보게 될 세상...
거대한 미세먼지제990호우리나라를 뒤덮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지난 12월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쪽 도심이 뿌옇게 흐려져 있다. 간헐적으로 한반도를 뒤덮던 미세먼지가 이번엔 5일간이나 머물면서 호흡기 질환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12월5일 오후 4시를 기해 사상 ...
불통: 불교와 대통령제989호동안거(겨울인 음력 시월 보름날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날까지, 승려들이 일정한 곳에 머물며 도를 닦는 일)에 들어가야 할 승려들이 지난 11월28일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이를 ...
적막하고 아득한 천년의 향기제989호가을은 못내 미련을 떨며 떠나지 못하고 겨울은 차가운 바람과 눈을 앞세워 계절을 재촉하는 시간. 천년 전 영화는 사라지고 폐허가 된 절터의 흩어진 돌덩이와 부서진 탑, 불상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찾아나서는 일은 쫓기듯 한 해를 살아온 팍팍한 삶의 한 부분을 덜어내고 자신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군무는 보이지 않고제988호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는 올해도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없다. 우리나라를 찾은 가창오리떼가 천수만을 지나쳐 전남 해남으로 바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군무를 추는 장관은 이야기로만 남게 될지 모른다. 아직 이곳을 지키는 철새들이 있긴 하다. 흑두루미·황오리·…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리라제988호“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루카 8.14~15)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와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지난 11월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박근혜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올렸다. ...
비탈을 오르는 사랑의 등짐제987호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중계동 104번지). 백사마을은 1960년대 말 청계천·영등포 등에서 도심 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이주한 달동네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1천여 가구 중 연탄을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곳은 600여 가구다. 이들은 대부분 평균연령 70살 이상의 독거...
서릿발 칼날진 하늘에 서다제987호경부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에서 나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도로 옆 들판 위 홀로 낯설게 서 있는 대형 광고판에는 익숙한 글귀와 반대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펼침막에는 ‘폭력사주 이기봉·최성옥 구속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
배추 ‘포기’제986호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동(11월7일)이 하루 지난 8일 전국의 기온은 전날보다 뚝 떨어졌다. 강원도 춘천은 0℃까지 내려가 곳곳에 찬 서리가 내렸다. 논밭은 하얀 서리 옷으로 갈아입었고,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입에서는 하얀 김이 연신 흘러나왔다. 농부들은 입동이 지나면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 배추는 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