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봄제1002호요 며칠 차가운 꽃샘추위가 기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어느새 봄이다. 사람들은 늘 습관처럼 봄이 온 것을 느끼지만 봄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긴 겨울바람과 눈보라, 추위를 온전히 견뎌내야만 서서히 찾아온다. 꽃샘추위는 습관적으로 봄을 느끼는 사람에게 봄이라는 계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하기 위해 있는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제1001호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 출범식이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이 기구는 지난 몇 년 동안 파업을 벌인 노조에 적게는 수십억원, ...
꿈은 꾸어야 이루어진다제1000호외세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의 허리 철원평야에 어둠이 깃든다. 한국전쟁이 끝나기 전인 1952년 10월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무려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낳은 백마고지(사진 왼쪽 불빛이 켜진 고지)와 해병대의 임전무퇴 기상이 전해져 내려오는 김일성 고지(사진 오른쪽 불빛이 꺼진 고지)가 대각선으...
해고를 찢어라제999호1730일 만이다. 지난 2월14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10명이 서울고법의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들이라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앞에 모였다. 5년 동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라는 이름을 달고 모진 세월을 견뎠다. 대학생이던 자식은 군대를 갔다 ...
설국의 노인들제999호주말 내내 눈이 내리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2월11일, 강원도 강릉 시내는 요즘 흥행하는 만화영화 제목처럼 ‘겨울왕국’이었다. 원래 4차선인 도로는 2차선으로 축소됐다. 갓길에 방치된 차들은 눈을 이불 삼아 덮고 있다. 골목길은 제대로 제설이 되지 않아 사람들이 토끼굴로 이동했다. 지난 ...
또 하나의 손제998호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끝난 뒤에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황씨는 고 최종범씨의 부인 이미희씨,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삼성 떡값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
대나무 자전거를 탄 풍경제998호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군청 이송진 박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대나무 자전거를 개발한 김태윤(54) 어린지구컴퍼니 대표는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를 이용해 자전거의 프레임(차체)을 만들며 시제품을 완성하기까지 2년여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그간의 어려웠던 소회를 밝혔다. 대나무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면 …
설렘은 떡 냄새와 함께제997호이른 아침 쌀을 쪄낸 수증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떡방앗간에서 나오는 가래떡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배어나온다. 설을 8일 앞둔 1월23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떡집은 설에 찾아올 가족과 나눌 가래떡을 뽑으러 나온 할머니들의 행복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떡을 찌는 동안, 오래 한동네에서 살아...
유기된 삶, 유예된 희망제997호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5번 고속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40여km를 달리면 나지막한 산이 하나 나온다. ‘우동’(산스크리트어로 ‘최고’를 뜻한다)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17세기 초반부터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캄보디아의 수도가 있었다. 지금은 옛 수도의 흔적은 없고 산 위에 사원과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