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볼’이란 별명을 날려버리리~제778호 지난 9월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2009 다이소 핸드볼 슈퍼리그 코리아 챔피언결정전에서 여자부 삼척시청이 벽산건설을 꺾고 극적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서로 부등켜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지만, 어쩌면 ‘한데볼’ 선수라는 서러움의 눈물이기도 했다. 영화...
지무(知舞)제778호 밤 11시30분. 그가 묻는다. “자기, 뭐하니?” 나는 대답한다. “그냥 쉬고 있어. 갈까?” 30분 뒤, 그와 나는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접선한다. 접선 직후 우리는 행선지를 물을 필요 없이 그곳으로 간다. 그는 나의 십년지기 ‘클럽메이트’다. 외로워도,...
숲은 깊어지건만 사람 마음은 얕아만 지네제778호 9월의 문경 땅은 붉고도 뜨거웠다. 길가의 과수원마다 출하를 앞둔 사과들이 빼곡했다. 산자락과 담벼락엔 오밀조밀 엉겨붙은 오미자가 지천이다. 가을이면 펼쳐지는 사과와 오미자의 붉은 동거는 상당 부분 백두대간 덕이다. 기온은 높되 일교차가 큰 대간 자락에서 사과는 당도를 높이고 오미자는 신선도를 끌어...
[블로거21] 한 명 더 태웠을 뿐인데…제778호 (지난호에서 이어짐) 누군가 나한테 해준 말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자유방임에 맡겨놓는 것 같지만 ‘룰’을 지키지 않으면 큰코다치는 나라가 또한 영국이다. (영국에서는) 한번 걸리면 작살난다.”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10일 안에 납부하면 절반인 60파운드(약 12만원)만 내면 된다는 ...
심심, 신이 내린 저주제777호 얼마 전 금요일에 휴가를 냈다가 엄청나게 당황했다. 너무 심심한 거였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었다. 때마침 연락이 닿는 지인들은 모두 바쁘다고 했다. 평소 혼자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여행도 잘 다녔건만, 계획도 별일도 없이 이어지는 3일간의 휴일은 당해낼 수 없었다. 심지...
화장실에 봉인된 12년 전의 핏빛 진실제777호 ‘살인의 추억’은 1990년대에도 있었다. 1980년대 미궁에 빠진 살인의 장소가 경기 화성의 한적한 논밭이었다면, 1990년대 잔인한 살인의 추억은 서울의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다. 1997년 4월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벌어진 홍익대생 조중필씨 살해사건. 미군속의 아들과 한국계 ...
한국형 커뮤니티센터 정자의 소멸제777호 크고 작은 운하 물길이 가로세로로 이어지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프리슬란에는 세계 유일의 건축물이 있다. 강물 위에 둥실 떠 있는 하얀 통처럼 생긴 집이다. 물 위로 떠오른 잠수함 같기도 하고, 길쭉한 이글루 같기도 하다. 이름마저 ‘프리슬란 방주’.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어서 배에 달고 여기저기 돌아...
선덕여왕의 퀸메이커는 F4제777호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 쌍둥이를 낳으면 성골 남자의 씨가 마른다.” 영웅의 탄생에는 예언이 빠지지 않는다. 올해 선보인 사극 중 보기 드물게 시청률 40%대에 오른 문화방송 <선덕여왕>도 <주몽>이나 <태왕사신기>처럼 영웅 탄생의 예언...
인간이 짐승보다 못한 이유, 종교제777호 ‘종교는 왜 정치를 욕망하는가’란 부제가 붙어 있는,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의 <사산된 신>(바다출판사 펴냄)은 입장이 분명한 책이다. “인간이 전쟁에서 짐승도 하지 않을 만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신을 믿기 때문이다. 짐승은 먹이나 번식을 위해서 싸울 뿐이지만, 인간은 천국에 ...
[새책] 〈질병 예찬〉외제777호 <질병 예찬> 베르트 에가르트너 지음, 수북(02-760-1252) 펴냄, 1만5천원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질병을 귀신과 연결해 해석했다. ‘처용 신화’가 대표적이다. 역신(疫神·천연두 귀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처용이 춤과 노래로 역신을 감복시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