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인 그대에게제780호 불확실한 일정과 불규칙한 일과를 팔자로 알고 사는 나에게 요즘 들어 모처럼 규칙적인 습관이 생겼다. 바로 출근길과 퇴근길의 하루 두 차례 통장 잔고 확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떨리는 가슴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기다려봐도 세 개의 통장에는 각각 6170원, 1250원, 2410원이라는 현금인출...
스탈린의 ‘사냥개 같은 시대’에 대한 증언제780호 “늑대를 쫓는 사냥개 같은 시대가 내 어깨 위로 달려들지만,/ 내게는 늑대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차라리 털모자처럼 나를/ 시베리아 벌판의 따뜻한 털외투 소매에 끼워넣으라.” 20세기 러시아 시의 거장 오십 만델슈탐(1891~1938)의 시 ‘늑대’(1931)의 한 대목이다....
[새책] 〈한국의 책쟁이들〉외제780호<한국의 책쟁이들> 임종업 지음, 청림출판(02-546-4341) 펴냄, 1만3800원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동·서·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
가을에 찾아온 ‘허진호식 사랑법’제780호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박인환 ‘세월이 가면’ 중에서 처음 들었을 때 궁금했다. 눈동자와 입술이 가슴에 있다면서 어떻게 ‘이름’을 잊을 수가 있을까? 왜 옛날은 가도 사랑은 남는 게 아니라,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고 거꾸...
가족 땜에 괴롭지만 혼자 죽긴 싫어!제780호 이제 보따리를 챙길 때가 왔다. 효녀·효자들은 고향집에 어떤 선물을 챙겨갈까 고민이겠지. 하지만 내겐 10시간이 넘을지도 모르는 귀향 버스 속에서 버틸 일이 더 걱정이다. 10년 전엔 어떻게든 만화책을 꾸역꾸역 가방에 넣어가곤 했다. 거북이걸음을 하는 고속버스에서 지겹도록 MP3를 되돌려 ...
[KIN] 〈명동에서 대학로 비판하기〉외제780호명동에서 대학로 비판하기 8번째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주제는 페미니즘 대학로 중심의 상업적 연극을 경계하고 순수·실험적인 연극들을 선보인다는 취지의 ‘오프대학로 페스티벌’이 10월7일부터 서울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린다. 올해의 부제는 ‘페미니즘 연극제’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톺아본다. 1...
뉴욕의 ‘싼 맛’제780호 “뉴욕 시티에서는 모두가 내 친구. 네가 젊고 예쁘다면 모든 게 멋져 보이지. 거리는 다이아몬드로 포장돼 있고 볼 것은 넘쳐.” -데이 마이트 비 자이언츠(They Might Be Giants)의 <뉴욕 시티>(New York City...
더 치열해 더 재미있는 ‘더비 매치’제780호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박지성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한국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 경기는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경기로 분류되는 맨체스터 지역팀 간의 시합이었기에 현지 언론의 호들갑은 유난스러웠다. 감독과 선수들의 신경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는 치열했고, 혈투 ...
‘507호 클럽’의 추억제780호 ‘507호 클럽’. 좀 민망한 이름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름 붙이고 시시덕거렸다. 200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을 시기인 중국 어학연수 기간에 우리가 운영(?)했던 클럽 이름이다. 507호는 내가 묵던 기숙사 방의 호수였다. ...
후불탱화 같은 소백 준봉을 지나다제780호 앞선 이의 발자국에 뒤선 이의 발자국이 더해져 만들어진 길은 아름답다. 그 길은 꼭 필요한 만큼의 넓이를 가진다. 땅과 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힘에 부친 비탈을 만나면 갈지자로 휘어 힘을 아끼고 풍광 좋은 곳에서는 마당을 만들어 오가는 이를 쉬게 한다. 삼매의 세계의 묘적을 지나고 미륵정토 도솔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