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조갈량’이 펼치는 가을의 전설제782호 지난 10월7일 SK와 두산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에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두산은 1회와 2회 고영민과 최준석이 잇단 우월 솔로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두 타구는 담장을 맞거나 우익수에게 잡힐 것 같았지만 3루에서 우익수 쪽으로 강하게 분 동풍을 타고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
춤 영화와 나의 꿈제782호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99% 정도 떨어질 때쯤, 우울 모드로 딱 진입하기 직전, 나를 웃음짓게 만들 달달한 초콜릿 같은 것은 다름 아닌 ‘춤 영화’ 보기였다. 줄거리나 주인공은 전혀 상관없다. 어떤 혹평을 얻은 영화라도, 난 그 안에 춤을 추는 장면이 많기만 하면 됐다. 춤 ...
아무도 모른다, 말하기 전에는제782호 네델란드 대학원생 엘리(26)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심하게 쫄아버렸다. 바에 널브러진 남루한 순례자들 틈에서 그의 어깨 위로 아침 햇살이 걸렸다. 커다란 귀고리가 위풍당당하게 반짝였다. 그는 예뻤다. 두 번째 마주쳐서도 눈을 못 맞췄다. 알베르게 앞으로 그가 허리를 곧게 펴고 성큼성큼 걸어 왔는...
가장 386스럽지 않은 386제782호 ‘386세대’라는 말이 처음 나온 1990년대 초엔 이 말이 그렇게 싫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 가서, 90년대 당시에 30대이던 세대를 가리킨답시고 컴퓨터 사양을 가리키는 ‘386’을 갖다 붙인 것이었다. 그 조잡한 조어법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보다 ‘386세대’라...
[블로거21] 누드크로키를 배우는 사연제782호 1960년 후반에 대추리와 매향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경기 화성시 발안에 탯줄을 묻고 부모님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다. 주변에서 그림 잘 그린다고 부추겨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근데 고민인 것이 앞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면 내 그림을 사줄 사람이 상위 1%뿐이란다. 결국 화가...
아프리카 리듬 따라 ‘두두두둥~’제781호 악기도 시대 따라 유행을 탄다. 피아노나 기타처럼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많은 이들이 배우는 클래식 악기가 있는 반면, 오카리나나 색소폰처럼 방송이나 영화를 보고 유행처럼 번지는 악기도 있다. 요즘 대세는 ‘젬베'다. “지금 무슨 악기 배우세요?”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젬베”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유…
외계인이 난민으로 보인다제781호 *스포일러로 읽힐 부분이 있습니다 <디스트릭트 9>는 외계인이 난민처럼 보이는 영화다. 여기에 외계인은 침략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통제당하는 이방인(혹은 소수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상공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체. 고장난 물체에서 내려온 외계인은 지구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
200억원짜리 드라마의 진화제781호 3주 전 이 칼럼에 “우리(시청자)가 언제 200억, 300억원짜리 드라마 보고 싶댔니”라고 썼더니, 한 친구가 “공짜로 비싼 거 보면서 뭐가 그렇게 불만이니”라며 놀린다. 실은 공짜로 비싼 거 보는 거 너~무 좋다. 그런데 비싼 거 1년에 딱 한 편 본 대가로 허구한 날 싼티 풀풀 나는 막장 드라마를...
관심 가는 역사 현장을 골라 보라제781호 지난 세월 이 땅에는 유난히 많은 논쟁이 있었다. 급작스런 개항과 서구 열강의 침탈, 일제 식민지, 외세에 의한 해방, 분단과 전쟁, 군사쿠데타와 철권통치, 압축성장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유난스러운 격동의 시기를 보내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논쟁의 코드로 한국사를 개관하고 ...
[새책] 〈황홀한 글감옥〉외제781호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지음, 시사IN북(02-3700-3275) 펴냄, 1만2천원 소설가 조정래 최초의 ‘자전 에세이’다.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