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둔 10월15일 광주 무등경기장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왼쪽)과 기아 타이거즈 조범현 감독이 악수를 하며 각자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연합
1977년 황금사자기에서 분루를 삼킨 김성근과 조범현은 이어 열린 봉황대기에서 일을 냈다. 8강전에서 보기 좋게 신일고에 설욕한 뒤 결승에서 광주진흥고를 5-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김 감독 야구 인생의 첫 우승이었고, 조범현은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둘은 프로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조범현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OB베어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초대 김영덕 감독은 조 감독보다 김경문 현 두산 감독을 더 많이 기용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0월6일 플레이오프 기자회견 때 “당시 김영덕 감독은 조 감독이 뭔가 실수를 하면 ‘너 어느 고등학교 나왔어’라고 핀잔을 줬다”고 밝혔다. 이 말은 조 감독의 고교 스승인 자신을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김영덕 감독 후임으로 OB 사령탑에 올랐고, ‘애제자’ 조범현을 주전포수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조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도 도움을 줬다. 1996년 김 감독이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는 조 감독을 배터리 코치로 데려올 정도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SK 전임 사령탑이 조 감독이다. 조 감독은 2006년 SK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이어 김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김 감독은 계약 기간 2년 동안 팀을 연거푸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난해 팀과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야인 생활을 하다가 2007년 10월 기아와 2년 계약을 맺고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지난해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SK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설령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 감독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의미 있는 기록을 작성했다. SK는 시즌 막판 19연승을 기록했다. 23년 묵은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승(16연승·1986년 삼성)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대만(17연승)과 일본(18연승)을 넘은 아시아 신기록이다. 내년 개막전에서 승리하면 20연승에 이른다. ‘19연승’ ‘한 달 20승’ 금자탑 세운 팀끼리 격돌 기아 역시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8월, 프로야구 28년 사상 처음으로 한 달에 20승을 올렸다. 월간 최다승이자 20승4패로 월간 최고승률(83%)도 기록했다. 시즌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던 기아는 ‘여름의 전설’을 쓰며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조갈량’과 ‘야신’이 펼치는 한국시리즈가 시작됐다. 둘이 써내려갈 2009 가을의 전설은 훗날 어떻게 구전될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