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21] 주홍색 다이어리제790호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이면 지난 1년이 희미하다. 소중했던 만남, 되새겨봐야 할 일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시간을 잃어버린 듯 허탈함이 느껴져 언젠가부터 다이어리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본 영화, 친구의 생일, 누구를 어디서 만나 뭘 했는지 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생각...
[새책]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외제789호<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이범준 지음, 궁리(02-734-6591) 펴냄, 2만원 1987년 헌법재판소가 태어났다. 탄생은 초라했다.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었고 학교 건물을 개조한 서울 을지로 청사에서 헌법재판을 시작했다. 책은 헌법재판소가 시대와 ...
여‘배우’의 판타지, ‘여’배우의 리얼리티제789호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의 경지에 오르는 일일지 모른다. 예쁘고, 성격 좋고, 연기 잘하며, 사생활까지 무결점이어야 사랑받는다. 영화 <여배우들>의 대사를 빌리자면 “독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숱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견디면서 스타로서...
답답한 세상에 어퍼컷 한 방제789호 복싱이 국민스포츠로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이야 피겨스케이팅, 골프 같은 고급 스포츠가 인기지만, 20~30년 전만 해도 맨몸뚱이에 ‘빤스’ 하나 걸치는 헝그리 복싱이 국민스포츠였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가. 드라마 <선덕여왕>과 <아이리스>의 30...
“‘막장 극장’이 문 닫았으면 좋겠다”제789호 올 한 해 방송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신조어는 ‘막장 드라마’인 듯싶다. 알다시피 상식을 뛰어넘는 자극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설정이 돋보이는 드라마를 통칭하는 말인데, 지상파 3사가 앞다퉈 이런 드라마를 양산하는 통에 막장 드라마가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국민 명예를 훼손 말라제789호 흔들리는 지하철 안. 한 중년 남자가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지친 몸을 가누고 있다. 주름진 이마 아래, 안경 너머로는 감긴 눈도 보인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걸까. 남자의 모습이 고단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사진 속 이 남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다. 최근 그는 원고...
너(의 요리)를 죽자사자 따라다니리제789호 순례자에게 다리 근육만큼 중요한 건 확실히 요리 실력이다. 알베르게에서 요리를 잘하면 돈도 굳고 사랑도 받는다. 생존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성인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우선 피 같은 돈을 흩뿌려야 한다. 마을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식사보다 2~3유로 싼 평균 9유로짜리 ‘순례자 메뉴’를 ...
장례식에서 놀고 피 터지게 놀고제789호 영화화되기도 한 이청준의 소설 <축제>는 장례식 이야기다. 장례식이 축제가 되는 것은 비단 ‘은유’만이 아니다. 중국의 <수서> ‘고려전’에는 “장례를 하면 북 치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가운데 주검을 묘지로 운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까지도 ...
[다시읽기] 피플 오브 더 북제789호 <피플 오브 더 북>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2009년 7월 문학동네(031-955-8888) 펴냄, 1만3천원 스위스에서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래, ‘사건’이라 해야 옳다. 법으로 이슬람 사원의 첨탑 건설을 금하겠다는 발상도 그렇거니와, 그걸...
국가를 ‘경영’할 때제789호 ‘작은 국가, 공권력 개입의 최소화, 관료제의 경직성 타파….’ 1980년대 초부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공공 부문 ‘혁신’을 추진하면서 떠오른 이른바 ‘신공공관리론’의 모토다. 이미 우리에게도 일상이 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에는 어김없이 평가제와 계약제가 도입된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공공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