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덕일보에 제보함제790호 기자가 되기 전까지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살았던 나는 늘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기자’가 되고 싶어할까? 세상에 다른 직업이 얼마든지 많은데, 왜 굳이 기자처럼 험하고 불규칙하고 스트레스 심한 일을 하려고 할까? 글을 쓰고 싶다면 자기 글을 쓰면 되고,...
슈퍼맨은 롱맨으로 살 수 있을까제790호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요즘 청춘이다. ‘학업 평점 4.0, 토익 점수 900, 기업 인턴 수료 경험 다양….’ 화려한 스펙대로라면 뭐든 할 수 있지만, 능력을 펼칠 기회가 없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붉은 악마’가 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당당한 2...
드디어 도착, 눈물, 눈물… 아 콧물!제790호 지난 7월4일 낮 12시께, 걷기 시작한 지 39일 만에 도착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성당은 땀내와 열기로 달떠 있었다. 매일 그 시각에 열리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는 지금 막 길을 끝낸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묘한 열기에 들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서로에게 달려...
문화로는 국가에 대항할 수 없다제790호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 이런 제목에 눈이 번쩍 뜨이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게다가 “당신은 계속 ‘국민’이고 싶은가, 아니면 ‘국민’을 그만두고 다른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둔중한 물음까지 표지에 붙어 있다. 어떤 ‘노하우’일까 궁금해서 책을 손에 들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잘못 골랐다! 저자의 ...
[새책]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외제790호<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산책자(02-3670-1153) 펴냄, 1만4천원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작가선언6·9 엮음, 실천문학사(02-322-2164~5) 펴냄,...
이 세상 마지막 여자제790호 이 여자, 수컷은 모두 죽거나 죽이고 암컷들만 평화롭게 사는 낙원을 건설해놓고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에 종말이 왔기 때문이었노라고 능청을 떤다. 집 앞 샘터에서 세수를 하던 할아버지가 오른손을 둥글게 오므린 채 화석으로 변해버리고, 하늘을 날던 참새도 풀숲에 떨어져 꼼짝하지 않는 걸 똑똑히 보았단다.…
망년의 병맛은 이말년과 함께제790호 ‘병맛’이라는 신조어가 떠돈다. 한 번도 뜻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듣는 순간, ‘아 그런 맛?’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맛이라는 게 전해들어 알 수 있나? <신의 물방울>이나 <맛의 달인>에서 ‘귀에 불꽃이 터지고 전두엽이 녹아내리는 맛’이라고 찬사...
[KIN] 〈어머니의 얼굴, 아버지의 표정〉제790호어머니의 얼굴, 아버지의 표정강재훈 기자의 사진집·사진전 ‘부모은중’ 불교경전 <부모은중경>은 부모님 은혜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 위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 위에 어머니를 모시고서 수미산을 백천 번을 돌되 피부가 다 닳아 뼈가 뚫어져 골수가 ...
빨간불에 길 건너는 매력제790호 아메리칸 민족의 대명절,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어머니와 동생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다. 어리바리하게 세 달 남짓 뉴요커 행세를 했으니, 뉴욕의 멋진 면모를 소개해야 한다는 정체불명의 의무감에 사로잡혀 일주일 전부터 혼자 바빴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인이라는 식당의 저녁 예약, 파이가 맛있다는 동네 베이커리 …
‘몰라몰라’하는 집요함제790호 이준익(50) 감독을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게 3년 전, 영화 <라디오 스타>의 개봉을 앞두고였다(그때 나는 <한겨레> 영화담당 기자였다). 둘이 서울 인사동의 ‘이모집’에 갔다. 불고기와 전에, 소주와 백세주를 반씩 섞은 ‘오십세주’를 시켰다. 그 무렵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