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의 치유법제793호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무력의 신중한 사용’을 당부하고, 오슬로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서는 ‘무력 사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것은 가히 정신분열적이다.”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기표(記表)와 4대강 사업으로 사실상 대운하를 하겠다는 기의(記意)는 가히 ‘분열증적 병폐’를 보여주…
한 망명자의 영혼제793호가오싱젠의 <영혼의 산>(북폴리오 펴냄·2005)은, 아마도 한마디로 서술하기가 가장 어려운 책에 속할지 모른다. 처음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단순하고 쉬운 언어로 쓰인, 어느 정도는 도식적인 틀을 유지하는 문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거의...
수상한 ‘김 비서’제793호 새해를 맞으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다. 한국방송이 2009년 1월1일 보신각 타종 행사 생중계 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명박은 물러가라” “독재 타도”라고 외치던 음성을 지우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년 동안 ‘김봉순’ ‘구봉숙’이던 한국방송의 별명은 ‘김 비서’로 바뀌었…
[새책] 〈일어나라! 인권 OTL〉외제793호<일어나라! 인권 OTL><한겨레21>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7) 펴냄, 1만2천원 쑥스럽다. 같은 사무실의 사람들이 지은 책이다. <한겨레21>이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은 2...
“야구에서는 자존심을 지킵니다”제793호 1990년 창단, 1991년 프로야구 1군 진출, 1999년 해체까지 통산 성적 455승 30무 655패, 승률 0.41, 네 번의 시즌 꼴찌,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나머지 시즌 성적은 6위 아니면 7위. 프로야구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발자취다. 1등만 기억...
[KIN] 〈대한민국 슬픈 자화상〉외제793호대한민국 슬픈 자화상사진작가 9명의 2009년 사건 사진전 지붕과 도로 위에서 쫓고 쫓기는 사투가 벌어진다. 쫓는 자는 전경과 용역깡패, 쫓기는 자는 노동자와 철거민이다. 걸개 속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웃는데 그를 보는 시민은 눈물을 훔친다. 사진 속에 있는 자들은 슬픔과 참담함을 ...
진짜 센 것 한번 보실라우제793호 ‘빵꾸똥꾸’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요즘은 좀 조용해진 김구라까지 뒤늦게 들쑤신다. 살상 도구가 난무하는 <아이리스>의 총격신을 위해 서울 광화문을 활짝 열어주는 판국에, 두 짝 입술 외에는 휘두를 게 없는 코미디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덕분에 YTN 앵커까지 오랜만에 대박 ...
유럽 핸드볼 열기, 대단한걸제793호 조명이 꺼지고 주위가 캄캄해졌다. 객석의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곧 시작될 ‘쇼’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잠시 뒤 사이키 조명 사이로 두 팀 선수들이 등장했다. 관중석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핸드볼 경기장은 마치 쇼 공연장 같았다. 한·일 연합팀이 유일한 ‘비유럽팀’으로 참여 2...
바다의 친구제793호 한때는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벌써 십수 년 전이 된 공지영의 <고등어> 뒤표지 문구다. 고등어뿐이랴. 여기 한 마리 오징어가 있다.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열 가닥 자유였다. 고등어 양식이 없듯이 오징어 ...
나만의 케이크, 아 이 달달함이여~제793호 초등학생 시절의 어느 해, 부모님이 내 생일에만 생크림 케이크를 사오고 열 달 뒤의 언니 생일에는 무식하게 넓적한 ‘맘모스빵’으로 케이크를 대신했던 적이 있다. 언니는 치사하게 먹는 걸로 편애한다고 생각했는지 두고두고 서운해했다. 초를 꽂고, 불을 붙이고 노래도 부르고, 촛불을 끄며 박수를 치고, 곱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