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채는 1천원 또는 음료수제807호 서울 홍익대 인근의 살사바 ‘하바나’에는 어스름해질 무렵 ‘기따’씨가 출근한다. 신나게 춤추다 초보자에게 강습도 해주고 문 닫을 때 정리도 같이 하는 그가 직원인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단골일 뿐이란다. 실은 사장이 아니냐 조심스레 추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가끔 바에 앉아 타로 카드...
울 아들 장가보내지 말까봐제807호 “몸무게 3620g, 아들입니다.” 분만실에서 선언과도 같은 이 말을 들었을 때, 물론 별 감흥 없었다. 요새 분만실에서 아이 성별을 알게 되는 사람은 없다. 태아 성감별이 법적으로 금지되던 시절에도 대부분의 개인 산부인과에서는 (낙태가 사실상 어려운) 임신 중기쯤 되면 “아빠 닮았네요...
첫승, 갈망의 끝제807호 “저, 승리투수가 맞아요?” 엄정욱(29·SK)은 경기가 끝난 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지난 4월11일 서울 목동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5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낸 직후였다. 1694일의 기다림, 엄정욱 엄정욱이 선발투수로 승리를 따낸 것은 지난 2...
안타, 치는 자가 비정상제807호 공을 때려 앞으로 보내는 스포츠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단연 야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은 대부분 둥글다. 하지만 가격하는 기구까지 둥근 경기는 야구가 유일하다. 테니스채나 탁구채는 평면이다. 골프나 당구도 가격하는 면은 거의 평면에 가깝고 그 공들은 정지해 있다. 야구는 위협적인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거기 뭐하는 데예요? 여자 많아요?”제807호 지난번에 소개한 것처럼 동네 친구를 구한다고 일을 벌여놓고도 솔직히 연락이 얼마나 올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고교 선배 K와 취중에 서울 이문동과 석관동 일대를 쏘다니며 몰래 전단지를 붙였다. 첫 전단지를 붙이려던 순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불법인 것 같아서 차마...
[블로거21] 문근영·이순재·송혜교에게 축배를!제807호 <한겨레21>로 발령나기 전 <한겨레>의 방송담당 기자였다. 세어보니 20개월, 짧았지만 굵었다. 스스로 ‘무도빠’를 자처해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도 나가보고, 조카 등용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방귀대장 뿡뿡이&g...
유전자변형 작물이 세계 식량난을 풀까제807호 인숙: 주말 오후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필리핀의 파야타스란 마을을 보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어요. 파야타스는 ‘쓰레기산’이란 뜻으로, 그 마을에는 수도 마닐라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어요. 마을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쓰레기 위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떨며 음식물을 찾고 있었지요. 하루 ...
[새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외제806호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제인 제이콥스 지음, 유강은 옮김, 그린비(02-702-2717) 펴냄, 3만5천원 미국 뉴욕의 모닝사이드하이츠 지역은 명문 대학이 들어선 교육 중심지다. 대학만이 아니라 공원, 놀이터 등 열린 공간도 많다. 그러나 1950년대...
그들이 편집한 한국제806호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이미지는 어쩌면 사진이 만들어낸 표상 효과일지도 모른다.” 근대 사진에 투영된 ‘재현의 정치학’을 살피는 <제국의 렌즈>(이경민 지음·산책자 펴냄)의 문제의식이다.‘서양의 동양에 대한 지식 체계 또는 표상 방식’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정의한다면, 근대...
그 많던 음악은 어디로 갔나제806호 한때는 음악이 중요한 것이던 시절이 있었다. 길거리 노점마다 야매 복제 테이프를 팔았고, 유명 뮤지션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신문 한 면을 꽉 채우는 특집 기사가 실렸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스리슬쩍 인기 가수들의 후광에 무임승차했다. 어디 대통령뿐이었으랴. 당대를 석권한 음악의 부르심에 응하지 않은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