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련 끝에 올해 첫 선발승을 올린 투수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엄정욱, 박명환. 김광삼. 연합사진
그러나 2006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투수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고심 끝에 김광삼은 2007년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신일고 재학 시절 우투좌타로 이름을 날린 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코치진의 권유였다. 하지만 경쟁이 심한 LG 외야진에서 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그는 지난해 7월 팔꿈치가 완전히 회복되면서 투수 복귀를 선언했다. 타격보다 마운드가 약한 LG에서 그의 존재를 더욱 반기는 쪽은 마운드였다. 실로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김광삼은 “타자로 전향했을 때 비웃던 말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 다시 설 것을 기대하며 노력했다. 막상 실현되니까 어려웠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감격해했다. 그는 올 시즌 몇 승을 거두는 것보다 100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에 시달린 박명환 과거엔 승리를 밥 먹듯 하던 에이스도 오랜만의 승리 앞에서는 벅찬 감동을 가누지 못한다. 1996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98승을 거둔 LG 박명환(33)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4월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5⅔이닝을 2실점으로 잘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2007년 8월10일 기아전 이후 2년8개월, 날수로는 973일 만이었다. 개인 통산 100승에 1승 차이로 다가선 것도 뜻깊었다. 박명환은 그동안 16경기에서 6패만 당했다. 승리투수가 된 뒤 백전노장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왔다. “고교(충암고) 시절 봉황대기 결승전을 치르는 것처럼 긴장했다. 오늘 내 투구에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박명환은 두산 시절이던 지난 2000년께부터 고질적인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뒤 첫 시즌이던 2007년 10승(6패)을 거뒀지만, 이듬해 5경기에서 3패만을 기록한 채 그해 8월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그리고 8년이나 괴롭혔던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웠다. 그는 지난해 6월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엔 허벅지 통증이 문제였다. 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2008년 8.61, 지난해 6.19에 이르렀다. 4년 동안 40억원을 받고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선수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슬슬 ‘먹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재기의 기틀을 마련하며 비난을 잠재우고 있다. 비록 전성기 때의 구위는 아니지만 팀에서 투수 조장으로 후배 투수들을 이끌며 팀워크를 다지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엄정욱·김광삼·박명환처럼 힘겹게 1승을 보탠 투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1승에 목마른 투수도 많다. LG 서승화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통산 1승을 올린 게 전부다. 2004년 4월2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맛본 뒤 지난해까지 10패만 남겼다. 롯데 선발투수 이명우도 통산 1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