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권이 어떡해요ㅠㅠ제804호 도서관 구석, 벽을 등지고 노트북을 연다. 팬카페에 들어가자니 영 눈치가 보여서 말이다. 하루 일과처럼 게시판을 훑는다. 하루하루 분위기가 달라지는 요즘이라 매일 확인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음원 순위에서 2AM의 <죽어도 못 보내>가 1위를 기록할 때만 해도 즐겁기만 ...
코언 형제다운 ‘뒤죽박죽 서사’제804호 영화를 볼 줄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 중 코언 형제의 영화를 몇 편이라도 거친 이라면, 코언식 유머를 포착하고 바로 그 시점에 낄낄거리기는 어렵지 않다. 그건 할리우드의 주류 코미디를 보면서 웃을 때와는 다른 감흥일 텐데, 이를테면 ‘나는 코언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증표 같은 것이다. ‘공허한 비밀’에...
수칙 제1조, 일단 싸워!제804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했나? 세상이 그렇게 두 동강으로 심플하게 나뉠 수는 없지. 화성을 떠난 지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화성인다운 남자, 갓 화성에서 탈출해 금성인과 같이 살게 된 남자, 영원히 화성에서 놀 거라며 촐랑대는 남자, 이런 화성의 짐승들과 껴안고 살아야 하는 금성...
[KIN] 〈앙코르와트 밖의 세계〉외제804호앙코르와트 밖의 세계임종진의 사진전 ‘캄보디아-흙, 물, 바람’ “봉쁘로 찐! 썩써바이?”(진 삼촌, 안녕.) 15개월 동안 캄보디아에 눌러앉아 때론 장애인 학교 학생들의 친구로, 때론 마을 사람들의 친구로 정겨운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살다 온 사진작가 임종진이 세 번째 사진전 ...
누구도 독신남성을 보살피지 않는다제804호 3월22일 눈이 내렸다. 얼른 집에 가야 했다. 오늘 저녁 식탁엔 뭐가 올라와 있을까? 사무실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키기만 기다리며 머릿속에서 내내 떠올린 생각이다. ICIF(이탈리아 요리학교) 나온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만나러? 의외로 요리사들이 집에서는 자장면 시켜먹는다고 하더라. 게다...
왜 그들을 가난한 자로 여기나제804호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가난한 자는 왜 가난한가? 이 질문을 던져온 학자는 제법 있다. 대답은 얼추 정해져 있다. 실업·질병·장애·나이 등이 가난의 원인이다. 복지 시스템의 미비를 지적한다면 더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질문...
[새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외제804호<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031-955-8888) 펴냄, 1만3천원 “걷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몸의 생명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쇼펜하우...
24시간 오르가슴과 명상의 탄생제804호 젊은 세대가 진심으로 좋다는 표현을 할 때 ‘대박’ ‘킹왕짱’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쓰는 것을 듣게 된다. 그것으로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슈퍼울트라캡짱’ 등으로 크다는 표현을 더 많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더 좋은 것을 표현하는 명사 경쟁을 한다고 상상해보면 최고의 표현은 아마...
영화 같은 남아공, 영화 같은 월드컵제804호 혹시 <디스트릭트 9>을 보셨는가. 오늘은 그 영화를 빌려 개막 70여 일을 앞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야기를 해볼 참인데, 이 ‘스포츠 제전’과 무관하게, <디스트릭트 9>은 공상과학(SF)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그 시각적 충격과 비애...
서울의 눈으로 터키의 눈을 알 수 있으려나제804호 때아니게 흥청망청 쏟아지는 하얀 눈에 깜박 홀려서 오르한 파무크의 <눈>(민음사 펴냄)을 떠올린 건, 물론 나의 실수였다. 그 연상의 철없음이란, ‘발리 상표가 붙은’ 여행 가방을 들고 독일 백화점에서 산 두툼한 털코트를 입은 채, 눈에 대한 순수한 감정을 좇아 터키에서도 가장 가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