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제812호 “가장 싫어하는 장소가 어디야?”라고 누가 물어온다면, 나는 냉큼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말 저녁의 영화관.” 자리를 찾기 위해 낯선 무릎들의 숲을 비집으며 “죄송합니다” 하고 굽실대야 하지 않나, 서로 조몰락거리고 싶어 안달난 연인들의 손(입)놀림을 애써 모른 척해야 하지 않나, “방광이 참 크신가 ...
[블로거21] 월드컵 단상제812호 2006년 6월24일 새벽 5시, 눈앞이 가물거렸다. 이 시간쯤 되면 형광등 불빛은 사선으로 기울어지고 이상하게 너덜거린다. 졸음을 쫓기 위해 나는 디자인실에 홀로 남은 장광석 실장을 지분거렸다. 귀찮아, 내려가. 그가 고개를 저을 때 덥수룩한 반곱슬머리가 마른 얼굴로 쏟아져내렸다. 나는 옥상에 올라...
먼저 ‘반성’해주신다면제811호 ‘과학’이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 같다. 보통 ‘과학’은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수행하는 활동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개념일 텐데, 막상 과학자들은 이 말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과학’(Science)이라는 말은 주로 ‘자연’(Natur...
잘 계시지요?제811호 “맹세코 1년간 잊은 적 없습니다. 앞으로 이 1년을 또 되풀이하겠지요. 지난 1년간 저는 꿈이 생겼고,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간 무얼 하셨습니까. 안부가 듣고 싶습니다. 당신과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그날까지 부끄럽지 않도록 살겠습니다. 잘 계시지요.”(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전시회에...
베스트셀러 노무현, 스테디셀러 노무현제811호“…그러나 곧 태양이 솟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리를 곧게 펴고 섰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마을의 정겨운 산과 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 <운명이다>(돌베개)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 책은 5월 첫쨋주 기준으로 교보문고·영풍문고·YES24·알라딘...
지방선거, 수학으로 검증해볼까제810호 길었던 꽃샘추위가 수그러들던 어느 봄날, 이런저런 일로 심신이 지친 과학수다팀은 오징어와 커피를 들고 <뷰티풀 마인드>란 영화를 봤다. ‘뷰티풀 마인드’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를 보살피며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한 여인의 마음인지, 경쟁적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
텔레비전 커밍아웃!제810호 한국 사회는 거대한 벽장(closet)이었다. 도대체 자신의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거꾸로 동성애자에게는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다. 한국은 서른이 넘은, 아니 마흔이 가까운 비혼의 남녀가 있어도 별로 그를 동성애자로 의심하지 않는 사회였다. 이렇게 거대한 침묵의 벽장에서 침묵을 깨는...
“인형으로 어른의 마음을 적시고 싶다”제810호지난 4월20~25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시어터 그린’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유명한 희곡작가 데라야마 슈지 원작 <케가와노마리>가 인형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1인 인형극 배우 다이라 조(29)는 이 작품으로 일본 인형극대상 은상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도 연출·미술·인형 연기까지 ...
‘팬질’하기 참 쉽죠잉제810호 1999년 10월2일. H.O.T 4집 컴백 스페셜 방송을 보기 위해 대기했다. 공개방송 못 간 것도 억울한데 본방송까지 놓칠 수는 없다. 녹화 버튼에 손가락 세팅하고 ‘오빠들’이 나오는 부분을 직감적으로 포착해서 버튼을 누른다. 리니어(선형) 편집의 대가나 다름없다. 깔끔하게 H...
상대적으로 안전한 임상수의 괴물들제810호 지금 와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하녀>의 리메이크는 지나칠 정도로 많다(그것도 모두 김기영 자신의 것들이다). 그리고 ‘하녀’라는 제목이 2010년의 한국 현실과 어울리기는 하는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