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줄 만한 상이 없다제889호 올 한 해 가요계를 돌아보고 결산하는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 세밑 새해에 치르는 주요 가요시상식만 6개다. ‘가요시상식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미국의 그래미어워드나 영국의 브릿어워드 같은 압도적 권위의 시상식은 여전히 부재한 게 현실이다. 지난 11월 29일 싱가포르에서 ...
속물시대와 짝짜꿍하다제889호 얼마 전 남도 여행 중에 지도교수님의 고향집에 들른 일이 있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고향땅을 지키며 지내시는 교수님의 어머님을 뵙는 순간, 어떤 깨달음이 느껴졌다. 외로움도 이쯤 되면 호사스러운 일이겠구나, 삶의 무상함에 달관하며 지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당시...
괴팍한 철근을 덮은 무지개 담요제889호 만화 <스누피>에 등장하는 영원한 재롱둥이 라이너스는 언제나 담요와 동행한다. “담요는 쟁취하는 거야. 자유처럼 싸워서 뺏고 지켜야 하는 거라고”라고 말하는 꼬마의 손에는 늘 파란 담요가 들려 있다. 담요는 그에게 없어선 안 되는 무엇, 2011년의 단어 ‘멘토’를 활용해보면 사물-...
행복과 불행은 하나였을지도제889호<천일의 약속>은 시(詩)적이다. 대사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게 만든다. 교양 있는 안주인 역의 배우 김해숙은 며느리가 된 수애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너는 불치병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불행과 너를 위해 인생을 건 남자라는, 여자로서 크나큰 행복 모두를 가졌다고....
“음악은 어쩐지 불가사의한 존재”제889호 그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빛이었다. 최근 <나의 서양음악 순례>(창비 펴냄)를 내고 11월28일 ‘음악의 정치성에 대하여’란 주제로 강연을 하려고 서울에 머물고 있는 서경식 교수(일본 도쿄게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를 서울 홍익대 앞에서 만났다. 강연 전 시간을 쪼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작은 집이 좋다제889호 큰 집이 버거워졌다. 서울 마포의 한 부동산에는 최근 일주일 사이 ‘평수를 줄여 이사갈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3건 있었다고 한다. 서울 뉴타운 지역에는 기존 대형 평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평형 조정 바람이 번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은퇴한 세대가 늘자 나타난 현상이다. 게다가 1...
마침내 풀은 웃었다제889호시인 김수영은 1921년 11월27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지난 11월27일은 김수영이 태어난 지 9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가 떠난 지 몇 년이 되었는지를 추념(追念)하며 그의 빈자리를 되새기는 일이라면 몰라도, 그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일에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
윤회 너머 생명 연장의 꿈제889호 지난 월요일 퇴근 뒤 집에 오니 집안은 벌써 2차 호프집 분위기. 와잎이 아들의 여자친구 승주 엄마와 치맥 술판을 벌이고 있던 것. 아들녀석은 여자친구와 물컵을 들고 “건배~” 하며 ‘엄마아빠놀이’(진정 엄마아빠구나~)를 하고 있고, 와잎은 “괜찮아~”를 연발하며 나를 보고 머쓱해하는 승주엄마에게 어서 ...
추상을 구체로 만드는 이야기제889호 시나리오 교과서를 읽다 무릎을 쳤다. 무릎만 치기 아까워 허리를 돌리며 춤을 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시체를 목격한 일은 잊힐 수도 있겠지만 햄릿의 죽음은 영원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예술에 의해 형식화되지 않은 인생 그 자체는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남아 있을 뿐”이라고 미국인 저자는 썼다. 이야기가 ...
삶을 들여다본 축구 중계를 기대하며제889호 한 사내가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이며 열혈 축구광인 시오노 나나미가 “고대 로마의 진정한 백인대장처럼 보이는, 그와 결혼하면 진실로 행복할 것 같은 남자”라고 표현한 남자, 지네딘 지단이다. 참고로 백인대장은 피부색을 뜻하는 게 아니라, 옛 로마 군대 조직에서 100명 내외로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