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돌아왔다제902호 이효리의 탄생 이효리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는 종종 어떤 장면들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전역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선임병이 나를 포함한 12명의 중대원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이미 퇴근하고 비어 있는 중대장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지금부터 전투력 향상을 위한 정신교육 자료 ...
3월, 독립영화가 피었네제902호 3월, 독립영화의 물이 먼저 올랐다. CGV 다양성 영화 전문 브랜드인 무비꼴라쥬에서는 3월31일까지 ‘한국 독립영화 페스티발’을 연다. 서울 강변·구로·대학로·상암·압구정, 경기도 동수원·오리, 인천, 부산 서면 등 전국 9곳의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한 달 동안 2...
너만 없으면 돼~제902호Q. 정치권에만 X맨이 있는 건 아닙니다. 연출자부터 작가와 연기자까지, 이 사람만 없다면 완성도 100% 드라마라는 꿈도 더 이상 꿈이 아닐지 모릅니다. 드라마 속 옥의 티, X맨은 누구입니까? A1. 나의 지론은 이렇다. 개그도 결국 연기 잘하는 사람이 웃긴다. 반대로 말하면 ...
소란을 딛고 얻은 고요제902호 장석남의 일곱 번째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2012)를 읽으며 좀 딴생각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시집 제목에 ‘고요’라는 말을 얹었으니 이 말이 지금처럼 이 시집의 열쇳말이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게 또 틀린 것도 아니어서, 이 열쇠로 열고 ...
원전 공포에 잠식당한 지 1년제902호 다시 봄이 왔다. 엘리엇은 ‘황무지’의 첫 구절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썼지만 지난해만큼은 3월처럼 잔혹한 달이 없었다. 2011년 3월11일, 우리는 일하던 손을 놓고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영상 속에서 우리의 이웃은 거대한 파도를 뒤로한 채 정신없이 달려나가고 있었...
위기는 모두 게으름의 탓?제902호 “우리 모든 일에 게을러지자. 사랑하고, 술 마시는 일만 빼고. 그리고 게을러지는 것 그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일에 대해.” 18세기 독일의 극작가이자 계몽사상가인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이 언명이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카를 마르크스의 둘째사위이자 프랑스의 혁명사상가인 폴 라파르그가 1...
상상하게 만드는 개망신 복수혈전제902호 연 이틀째 술 처먹고 새벽녘에 기어 들어와 맞은 수요일 아침, 와잎이 물었다. “오늘은 일찍 오지?” 전날 새벽에 먹은 안주로 개그맨 김준현으로 빙의한 난, 중얼중얼 말을 흐렸다. “오늘도 약속이… 있는~데….” 와잎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알았어. 그 대신 넘 늦지 마.”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색업의 오랏줄과 ‘개인교수’제902호 월간 <건강 다이제스트>, 이거 어디 갔냐 했더니 지금도 발행된다. ‘건강한 삶의 든든한 동반자 since 1983’이란다. 고등학교 때 <건강 다이제스트>는 ‘남학생들의 동반자’이긴 했다. 그때 학교 아래 구멍가게에서는 낱권 50...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제902호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최은성은 중국 전지훈련지에서 문신을 새겼다. 제 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이나 맹세를 새기는 일이다. 이를테면 아이들 이름이나 추상적 문양이나 종교적 경구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대전 시티즌의 엠블럼을 새겼다. 아들과 딸의 영문 이름을 더하기는 ...
당신들의 마운드제902호 다이아몬드형의 잔디구장 한가운데에 약 30cm 높이로 쌓아놓은 흙더미가 있습니다. 작은 흙더미지만 3만 명의 시선이 꽂히고, 모든 플레이가 시작되는 곳이며 등 뒤에 당신을 지키려는 수비수들이 포진한 곳입니다. 그 위에서 전설이 된 선수가 있고, 그곳에 서기 위해 누더기가 된 어깨를 감추고 서 있는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