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인 어법으로 쌓아올린 이야기제904호 건축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말하는 건축가>와 <건축학 개론>, ‘건축’이라는 문패를 단 두 편의 영화가 잇달아 개봉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건축설계사 사무소에서 일하다 영화 <불신지옥>으로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선 이용주 ...
갱도 끝, 타워크레인 끝에 매달린 봄제904호 3월20일부터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은 탄광 사고, 강원랜드, 타워크레인 농성 등 사회성 짙은 소재를 다룬다. 대중의 감각적 취향에 영합하고 시각적 현혹을 선호하는 최근의 공연 현실에서 예외적으로 묵직한 사회적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제1회 벽산희곡상을 받은 젊은 작가 한현주와...
웃음이란 보물제904호 공무원노조 간부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주중에는 고유 업무에 바쁘고, 주말에는 각종 집회에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집회가 없는 주말이면 꼼짝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잠만 자기 일쑤였다. 공무원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칠 즈음인 지난 2월 오랜만에 아내와 서울 동묘벼룩시장을 찾았다. 처음 ...
내게 너무 진부한 당신제904호Q. ‘너만 없으면 돼~’ 드라마 편에 이은 시즌2입니다. 그분이 나오십니다. 얼굴이 찌뿌려집니다. 부아가 치밀어오릅니다. 당장 채널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리모컨은 이럴 때 꼭 팔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쇼파에 누운 당신의 평화를 깨는 방송 프로그램 속 X맨, 누구입니까? A1. ...
유다의 배반을 문학적으로 탐사하다제904호 유다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떤 것이건 들을 준비가 돼 있다. 성경을 ‘진리’가 아니라 ‘작품’으로 간주하는 이에게는 유다만큼 매혹적인 캐릭터도 없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반이지만 그 배반의 동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는 그토록 사랑한 스승을 배반하고 목숨을 끊어야 했나. 그가 ...
만국의 노동자에게 경영권을!제904호 신자유주의를 주조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은 기업을 소유한 주주들의 도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것은 자명하고 당연해 보인다. 영미권에서 학위를 받은 한국의 주류 경제학자들도 이 주주자본주의 체제를 불변의 현상으로 간주한다. ...
연예인이 된 원시인의 깔때기제904호 지난 토요일, 식전 댓바람부터 전화가 울렸다. 시각은 오전 10시. 꾸역꾸역 마감하고 기어 들어와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떤 인간이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조지 마이클 좋아해 ‘조지는 마이클’(별명)로 불린 고향 친구였다. “이따 내 결혼식에 올 거지?” 순간 뭔소리여, 시방~이라...
1994년의 추억제904호 (스포일러+서울중심주의+학벌주의+긴머리중심주의+질투 있음) 영화 <건축학개론>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추억을 팔아먹는 영화니 일단 ‘어디 갔어’에 어울린다. 방송기자질 하는 대학 동기놈이 먼저 영화를 보고는 “완전 우리 94학번 이야기”라고 했다. 내가 아는 한 그놈에게...
아사히와 요미우리, 야구 전쟁제904호 일본 신문시장에서 판매부수 1·2위를 달리는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의 ‘야구 전쟁’이 법정에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발단은 3월15일 <아사히신문>의 1면 기사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이 1997...
누가 빅토르 안을 비난하는가제904호 빅토르 안이라는 쇼트트랙 선수가 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를 달성한 얼음 위의 신입니다. 뒤처진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양손을 흔들며 힘을 내보지만 뒷짐을 지고 유유히 질주하는 그 선수는 추격을 불허했습니다. 온몸이 튕겨져나갈 듯한 원심력을 무시하고 트랙을 직선으로 자르며 질주하는 그 선수는 얼음 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