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나 딸이나! 흥!제903호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나는 하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앙앙 울고 있다. 주변에는 모두 하얀 옷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기합에 맞춰 주먹을 내지른다. 태권도복이다.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 손을 잡고 태권도장을 찾은 이는 할아버지였다. 맏아들이 딸만 셋을 줄줄이 ...
이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제903호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LG, 10년 만의 반전 보여줄까제903호 ‘독이 든 성배’ ‘감독들의 무덤’. 프로야구 LG 트윈스 감독 자리를 두고 흔히 이렇게 부른다. LG는 2002년 준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감독대행을 해고한 이후 이광환·이순철·양승호(감독대행)·김재박·박종훈 감독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했다. LG의 최근 9년간 순위는 ‘6-6-6-8...
축구가 낳은 아이들제903호 2007년 2월, 독일에서 첫 ‘월드컵 베이비’가 태어났다. 파리나의 엄마 피아 슈미트는 아기를 임신한 것이 정확히 그 전해 6월15일이라고 기억했다. (흠흠, 임신한 날을 정확히 기억하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2006년 6월15일은 폴란드와 16강전을 치른 독일...
독립잡지, 소리없이 분주한제903호 <칼방귀> <에로에로> <당신의 속셈학원> <록셔리> <도미노> <헤드에이크(두통)>… 제목조차 잡스럽다. 개성 있는 이름으로 존재 가치를 주장하는 독립잡지들이다. 그런데 최근 독립...
연인 같은 도시제903호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05년 여름의 새벽이었다. 구릉 없이 평평한 방콕에서 두 달가량을 보낸 뒤라, 어스름을 뚫고 드러난 끄라비 산악의 기이한 형상은 타이도 아니고 지구도 아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10시간 넘게 야간 버스의 덜컹거리는 좌석에 시달렸음에도 그 순간 내 몸에는 넉넉...
조성준의 사진전 등제903호우리의 손끝 발끝이 지닌 기억 한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가 조성준의 사진전 ‘마음의 여정’ 염전에 섞여드는 게 바닷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진가 조성준의 사진은 ‘짠내’ 나는 땀방울과 깊은 바닷물이 한데 모이는 고요한 풍경을 잡는다. 꼬막을 캐는 어머니의 발자국을 딛고 우리가 도시로 왔…
새 책 장 피에르 슈벤망의 ‘프랑스는 몰락하는가’ 등제903호 프랑스는 몰락하는가 장 피에르 슈벤망 지음, 정기헌 옮김, 씨네21북스(02-6383-1602) 펴냄, 1만6천원 1980년 프랑스의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은 광범위한 국유화 단행,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추진하지만 미테랑 정부는 불과 1년 만에 ...
굿바이, 코트제903호그분 가신다. 서른여덟에 가신다. 마흔 살 넘게 코트에 섰던 마이클 조던이나 칼 멀론만큼만이라도 더 뛰어줬으면 싶지만, 그래도 오래 하셨다. ‘소리 없이 강한’ 추승균(KCC)이 3월15일 은퇴했다. KCC 전신인 현대 시절 그와 단짝을 이뤘던 스타들은 진작에 은퇴했다. 이상민은 미국에 있고, 캥거...